먼산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재진시
이현옥 낭송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뜨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인사를
몇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산사의 풍경처럼
먼산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빛 물들어 그림자 지면
더 버릴 것 없어 가벼워진 초로의 들길 따라
쥐었던 것 다 놓아두고 눕고 싶어라.
내다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우리의 시낭송의 밤
대전문화방송에서 취재를 나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 밤
그자리에 모인 대전 시민들
낯선풍경에 신기해 하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며
박수를 보내주었다.
우리는 이렇게 뜨거운 여름밤을
식히며
행복한 추억하나를 저장했다.
먼훗날
우리 그랬지...
빙그레 웃으며 꺼내볼 수 있는 추억...
그 여름추억 하나가 열대야를 비껴갔다.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