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11시가 넘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왠일이야.. 핸드폰을 이시간 까지 켜놓고...자금 나랑 소주 한잔 할 수 있어?"
"어쩐 소주....무슨일 있어요 언니"
"그냥...이시간 에 전화 할 사람이 그대밖에 없어서..."
"알았어요...울 동네로 오세요"
나는 집에 돌아오면 우선 핸드폰을 꺼둔다.
내 세상으로 돌아왔으니 세상의 소통을 접어두고 책을 읽거나
TV를 보거나...컴퓨터를 하거나 집안에서의 일에만 집중하려고 한다.
핸드폰을 켜두면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세상에서 자꾸 불러낸다.
그리고 스팸문자. 대리운전문자,등이 나를 신경쓰이고 궁금하게 해서
핸드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그러면..집에서 나만을 위해 여백의 시간을 만들지 못한다.
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집에 있을땐 핸드폰을 꺼두는 것을 안다.
그래서 급한일이 있음 집으로 전화를 한다.
그런데 어제는...왜 그시간 까지 핸드폰을 끄지 않았는지 언니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내가 언니라고 부르는 그녀를 만난건 2005년 3월 이었다.
아직은 봄이 피지 않은 이른 삼월 그녀를 처음 만났다.
훨칠한 키에 시원한 목소리...그녀는 대장부 같은 기질이 있었다.
약국을 하는 그녀는 하루종일 약국에서 살았다.
그러며 시를 쓰는데 온통 신경줄을 팽팽하게 조이고 있었다.
3년을 가까이 지내면서 간간히 그녀와 점심식사를 했다.
저녁에는 그녀도 11시까지 약국을 지키느라 나도 집에 와서 내시간을 가지느라
만나기 어려웠다.
그런 그녀가 소주를 하자니...
밤 11시 반쯤 매운 불닭집에 마주앉아 소주 한병을 시켰다.
"내가 잘 살아 온건지..못 살아 온건지 모르겠네.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되는데
생각나는 사람이 현옥이밖에 없어...그걸보면 못살아 온것 같기도 하고
또 이늦은 밤에 선뜻 나온다는 걸 보면 잘 살아온것 같기도 하고..."
하더니 소주 한잔을 입속에 털어넣었다.
"나도 뭐 별일 없고..남편 기다리지 말고 자라고 했어...이밤에 나온건 나도
처음이니까..."
불닭발은 참 매웠다.
그녀 가슴은 무슨일로 맨숭한지 매운 닭발을 줄기차게 뜯었다.
그러며 연거푸 소주를 부었다.
"언니...좀 외롭게 보이네...집에서 남편과 대화가 잘 않돼?"
"있지 ..나는 아들들 결혼할때 속궁합을 잘 맞춰보고 결혼하라고 할거야
우린 속궁합이 않맞아"
"왜...."
"우리 지금 몇년간 같이 밥먹어 본 적이 없고...내가 약국에 나가면
그는 나가고 내가 약국 문닫고 집에 가면 그는 자고 있고...아침이면 그는 나가고.."
"이야기 좀 해보지..."
"얘기가 안돼...내 애기는 무시해버려"
"아니 ,아저씨랑 아홉살 차이나 나는데..언니는 아직 젊은데...
아저씨가 혹시 언니의 밤을 두려워 하는거 아냐?*^^*"
웃으며 말했지만 언니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은 어두웠다.
1시가 넘도록 닭발집에서 속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이사간까지 이렇게 술을 먹는 사람들이 있구나..
"노래방 가자"
내일 일도 있고...힘들기도 하지만 노래방까지 친절하게 따라갔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동행, 내하나의 사람은 가고, 숨어우는 바람소리...참 쓸쓸한 노래를 불렀다.
그녀를 보내고 집에 오니 새벽 두시였다.
잠이 오지않았다.....
채송화가 피는 계절이다. 척박한 땅에 뿌리 내리고 무한히 번져가는 채송화.
뿌리가 끊겨도...시들었다가도
땅 내음만 맡으면 푸르게 살아나는 꽃...
시골에 갔다가 남편이 찍어 온 채송화를 한참 바라보다 언니를 생각했다.
그렇게 사는거야...
그렇게 힘들어도 예쁜 꽃 피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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