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백색계엄령-대설주의보..

비단모래 2006. 12. 17. 01:44

 

12월17일 새벽 1시 30분

펄펄 내리는 눈을 맞으러 밖으러 나갔다.

"자기야..마흔 아홉의 눈이 내리는 새벽인데  눈 맞으러 나가자"

남편은 귀찮은 내색없이 옷을 입는다.

그냥 자자고 하면 틀림없이 눈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꼬박 밤을 샐 아내..

 

내일 아침 아버님께 가려고 국을 한 솥 끓여놨는데

눈길 걱정이 큰 남편이지만

아내의 요구를 선선히 들어준다.

 

큰 아들 옷을 입고

모자를 쓰고

아파트 광장으로 나갔다.

 

내 차앞..

백색의 계엄령 대설주의보가 내린 새벽

내 차도 이미 계엄령에 덮혔다.

 

 

 

 도대체 마흔아홉이 무슨 위셀까?

입만열면 마흔아홉 마흔아홉!!

남편도 지겨울텐데

"어서 빨리 마흔아홉이 지나야 할텐데..."

그러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준다.

 

아무도 밟지 않은 첫 새벽의 눈길

그 속에서 난 그냥 철없이 웃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의 뜨거운 불

사그라지지 않아.

 

 

 눈송이가 주먹만 하다

온천지가 하얗다

내 가슴도 그렇게 덮어버려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가슴속이 후련하다

박하향을 들이킨 것처럼..

 

내일은 아무래도 재해방송을 준비해야 할것 같은 예감이다.

전국에 대설주의보가 내렸기 때문이다.

 

 

 

<대설주의보>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끊어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매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 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지중해-여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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