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고햠친구들

비단모래 2021. 2. 24. 16:50

#막걸리 한 잔

바람 속에
분명 봄이 들어 있다
바람이 나긋해졌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칼끝은 사라지고 꽃기운이 들어있다
봄바람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에서 내려오는 앞 집 삼권씨
나 놀리는 재미로
짖궂은 면도 있지만 구순노모를 위해 빠짐없이
서울에서 내려와 어머니를 챙긴다

깨 털고
콩털고
김장하고
어머니와함께
시간을 꾸며간다

어머니 모시고 읍내병원도 가고
미장원도 가고
국수집도 가고
그러면서도
어머니께 한마디도 못하는 효자

그가 올 때마다 막걸리 다섯병씩을 사온다

그럼 나는 안주를 마련한다
오늘은
굴전 ㆍ우럭젓국 ㆍ오리훈제 ㆍ
이장님 ㆍ원순씨 ㆍ0순위
나 ㆍ삼권씨
오늘은 이장님 사모도 합류했다

늘 어린시절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린시절 나무하던 이야기
천렵하던 이야기
같이 자취하던 이야기
그리고 귀촌을 준비하는 이야기까지

끝없는 이야기가 풀려나오면
나는 낯설고 낯선 그들의 어린 시절에 동화된다

매주 이런 시간이 있다는게
고향의 맛이다

고향
누가뭐래도 추억창고에서
테잎을 풀어내는 행복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참 좋은 매개체다
술을 못하는 0순위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고
고향을 지키는 이장님과 원순씨는 고향 지키는
긍지를 다시 한 번 내세우는 시간이다 ㆍ

나는 냉장고를 턴다

이것저것 무엇이든 안주를 해낸다
무엇이든 기쁘게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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