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최애하는

비단모래 2019. 9. 28. 12:18

 

#알라딘 램프

 

내가 요즘 최애하는 순위

1ㆍ남편 핸드폰

2ㆍ남편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카드

3ㆍ얼굴도 모르는 택배아저씨

4ㆍ남편인가?

 

어린시절 알라딘 램프가 나오는 책을 읽고

나도 늘 알라딘 램프가 있었으면 했다

네 주인님ᆢ하고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ㆍ

 

언제나 내 소원은 묵살되었고

소원조차 갖지못했고

있다해도 일찍 철들어 표현도 못했다

 

핸드폰에 헤이 하고 말하면

뭘 도와드릴까요^

하는 세상

 

지니야 TV 켜줘ᆢ노래들려줘

하면 지니가 알라딘 처럼

소원을 들어주는 세상에

내게도 소확행을 주는

알라딘 램프가 있다

 

무언가 사고 싶을 때

특히 해외직구를 하고 싶을 때

^핸드폰 줘^

하면 알라딘 램프는 내게로 온다

 

비번은 ^열려라 참깨^

나와 같은 비번을 아들이 설정해 놓아

우리둘의 핸드폰은 늘 열려라 참깨다ㆍ

 

수시로 남편의 핸드폰은 해외직구를

결재한다ㆍ

아내가 그다지 비싸지 않은 걸 구매하는 것에 좀 안심하는 눈치다ㆍ

 

옷ㆍ신발ㆍ악세사리ㆍ

검색하다 눈에 뜨이면 일단 남편 톡에 보내놓고 저녁에 사겠다고

암시를 보낸다

 

남편이 누구와 통화하고 문자하고 톡을

주고 받는지에는 관심을 두지않는다

특성상 90퍼센트가 여성인줄 미리 알고

있으니ᆢ그 여성들이 알라딘램프의

활력이니ᆢ

 

주로 일주일에 두 세번 남편의 핸드폰은

열려라 참깨가 되어

필요한것을 충족 시킨다ㆍ

 

^더 비싼 옷은 없어?^

 

남편이 묻지만

^왜 없어 수십 만원 짜리도 있지만

그냥 여러 벌 사 입을게^

 

두번 째 최애하는 것은

남편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카드다

남편이 만들어 주며 마음껏? 쓰라했다ㆍ

 

남편은 나의 소심하고 쪼잔한

심장을 알고 있으면서 던진 말이다ㆍ

 

이 카드는 주로 내 차 주유할 때

마트 갈 때

친구들과 밥이나 차 한잔 할 때 쓰인다ㆍ

 

남편 통장의 잔고가 얼마인지 궁금하지만

대충 한 달 버는 금액을 알고 있기에

막무가내로 긁지 않는다ㆍ

 

그러나 든든한 나의 최애 두번 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ㆍ

 

그리고 세번째는 얼굴 모르는 택배아저씨

언제 배달할 예정ᆢ

어느 장소에 배달하기를 원하는지ᆢ

문앞에 배달했다ᆢ

문자로 꼬박꼬박 알리며

알라딘 램프의 물건을 문앞에 놓고

바람처럼 사라진다ㆍ

 

내가 원했던 물건을 이렇게 정확히

배달하니 최애순위에 들어갈 수밖에ᆢ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 순위는 택배 아저씨 다음이야^

 

남편은

 

^내 순위가 그렇게 밀렸어?

반려동물 안키우기 다행이야

요즘 이사할 때 아내가 좋아하는

반려동물 안고 미리 타야 따라갈 수 있다며?^

 

어느날 아들이 내 카드 고지서를 보고 웃었다

 

^엄마 한달어 카드를 사만오천원 밖어

안쓰셨어요?^

 

^응 엄마 카드는 영 작동불능이네

워낙 엄마가 알뜰해 ᆢ카드 잘 안써^

 

아들은 믿는건지 아닌지ᆢ

 

그러나 남편

내가 그래도 가장 최애하는 0순위는ᆢ

 

오늘도 남편은 알라딘램프 충전을 위해

핑크물리 축제장으로

내일은

효문화뿌리축제장으로

바쁘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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