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인 5월5일
어찌된 일인지 우리 시댁 종중에서는
5월5일 종중모임을 하신다.
내 아들들도 5월5일이면 아빠와 함께
종중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추상같은 할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다.
올해 아흔 하나 되신
손녀 손자들이 왕 할아버지라 부르는 시아버님과
8남매 맏이인 남편..장손인 큰아들의
손녀.손자도 5월5일 종중회의에
여전히 참석했다.
장손의 무게가 대단하리라.
그냥 아이들 데리고
어린이날 행사에 가라고 해도
번잡하지 않고 차 밀리지 않아 좋다는
며느리 말에
내 어린 아들들 데리고 종중회의에
참석하던 마음이리라 여겨진다.
우리집 맏이의 무게가
며느리에게도 전해졌나보다.
어린이 날 종중회의를 잡으신
어른들은 무슨 생각 이셨을까?
의문 이다가도
지금껏 나도 시아버님 의중을
어기지 못하고 있다.
종중회의를 마치고 가는길에
급하게 동물원을 들리거나
과자하나로 어린이 날을 보냈던
내 아들들....
다행히 굉장히 긍정적으로 자랐다.
내 손녀 손자는
종중회의 마치고 시골 집 마당에서 비눗방울을 불고
돌에 아크릴 물감으로 시를 쓰고
남편인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막대기에 나뭇잎 붙여 나르는 빗자루
놀이로 마당을 뛰며 어린이 날 놀이를 대신했다
저녁엔
황토방에서
꽃차를 우렸다
도라지꽃차로
환상의 보랏빛을 우려
마시는 꽃차 한 잔
손녀의 시낭송이 더해져 향긋하다
누가 이렇게 꽃차를 마시고
마당에서 마음껏 뛰며
어린이 날을 보내겠냐고 말하는
며느리 말에 고맙게 명치가 쩌릿하다.
예전 나도 그랬으리라.
그저 자식들 데리고 종중회의에 참석하시고
흐믓해 하시는 연로하신 아흔 하나의
시아버님의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쓰며 40년을 보내고 있다.
아마 이 행사는 집안 최고 어른이신
시아버님 살아계실 때까지는
계속되어지리라
나도 이만큼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