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원연가
-비단모래
얼마나 삶이 질기면
얼마나 어머니 성이 견고했으면
느삼대[苦蔘] 뿌리를 달여 마셨어도
어떤 인연뿌리로 목숨 밀어 올렸을까?
음력 칠월 초하루 땡볕염천
서말이 넘는 피를 쏟아 딸을 낳고
해산국을 손수 끓이신 어머니
보리고개 숨차게 넘어온 담장에 이제 고개든
야들한 애호박
거친 밀가루 반죽해 홍두깨로 밀어
삶을 늘린 어머니
첫국밥을
애호박 썰어 넣은 칼국수로 드시고도
어린 목숨 살리려 온몸 진액을 짜내
젖을 먹이고
'너는 태몽꿈이 너무 좋아 밥 굶지 않고 부자로 살거라고'
힘들어 할 때마다
다 잘 될 거라던
음력 7월 초하루
쇠고기 넣은 미역국을 받고
이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딸 낳으시고
미역국 한그릇도 드시지 못하신 어머니 생각나
목이 써오고
느삼대 그 독한 물을
마신 어머닌
딸 목숨이 아니라
어머니 목숨을 끊고 싶으셨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 쓰디쓴 물이 그래도 약이되어서
평생 고된 길 걷는 힘이 된건 아닌지
어머니
거칠고 험한 것만 삼키신 탓인지
어머니와 딸 아주 막막한 거리에서
하늘에 그리움 전하는 아침
딸 핸드폰에 아직도 저장돼 있는 어머니 전화번호
'울 엄마'확인버튼을 누르면
와이..딸...
그 목소리 들릴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