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가족

비단모래 2015. 8. 17. 11:27

 

 가족의 국어사전 의미를 보면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그로부터 생겨난 아들, 딸, 손자, 손녀 등 가까운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영어로는 Family로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의 약자가 가족이란 의미를 가졌다고

풀이하기도 합니다.

 

매년 8월15일은 우리가족 8남매가 시골집에서 모여

여름휴가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장만해 이웃어른들을 모셔와 대접하면서

그간 나누지 못한 고향이야기도 듣고 고향에서 애쓰시는 분들의 노고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아버님마저 병원에 계시니 고향집이 비어있습니다.

그 빈집을 이웃에서 다니며 텃밭에 작물을 심어 가꾸면서

간간 집을 둘러봐주고 있습니다.

 

올해는 메르스덕분에 일이 없는 남편과 함께 유월부터 매주 시골집에 다니며

집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돈을 들여 전문가에게 맡기면 쉬웠겠지만

아무런 지식도 없는 둘이 서로 의논하면서 70여년 낡은 집을 조금씩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작은 방 두개는 과감히 털어내고 하나로 만들어 가족들이 한자리에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벽을 바르고 주방싱크대는 시트지를 사다가 붙였습니다.

참 고단한 일이었지만 조금씩 예뻐지는 집이 보이자 힘든 줄도 몰랐습니다.

집이 고쳐지는 과정을 8남매 밴드에다 사진을 찍어 올려놓자 형제들이 얼른 월15일이 되기를

기다리는 댓글을 달아놓았습니다.

창호지가 너널이던 창호문도 창호지를 떼어내고 밖의 초록이 보이도록 해놓으니

아름다운 풍경이 문틈으로 가득 고였습니다,

 

100개 가까이 되는 장독대는 줄 맞춰 세우고 화분을 얹었습니다.

연화바위솔,능견,와송의 화분도 몇 백개로 늘리며 꿈을 심었습니다.

어머님의 손길이 닿은 장독

지금은 거의 비어있지만 조금씩 채워보려고 합니다.

된장 고추장도 담고 효소도 담고 소금도 담아놓으려 합니다.

 

울산 포항 서산 청주 대전에서 8남매가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병원에 계신 아버님 모시고 가족이 모이면서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아버님과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성의껏 준비합니다.

올해는 우리내외가 하루 일찍 들어가

소머리국밥을 준비했습니다.

마당에 가마솥을 걸고 물에 담가 핏물을 빼낸 소머리 하나를 밤새 고았습니다.

우리 큰아들 내외가 금방 따라와줘서 조금은 힘들고 마음이 무거운 것을

나누게 했습니다.

 

남편은 불 곁을 떠나지않고 8남매 장남의 넉넉함을 보였습니다.

동생들이 오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불을 땠습니다.

 

속속 동생들이 집에 도착하면서 좋아진 집 풍경에 감탄했습니다.

우리내외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좋아하는 모습으로 보답했습니다.

 

점심에 동네 어르신들을 모셔다 국밥대접을 했습니다.

동네분들도여름내  둘이와서 뭔가 열심히 하더니 집을 훌륭하게 고쳤다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며 본들 형제도 많은데 동네사람들까지 대접하느래 애쓴다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아버님께서 좋아하시기 때문입니다.

아버님은 어머님 계실때도 동네분들 대접하는걸 낙으로 생각하셨습니다.

어머님은 많이 고되셨겠지만 어쩌면 아버님의 그 베푸심이 동네를 지키는 힘이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맏이인 남편은 아버님의 그마음을 알고 있기에

그 뜻을 조금 따를 뿐입니다.

 

흐믓해하시는 아버님 모습에서 아버님이 이일로 좀더 쾌차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8남매는 밤새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간간 빈자리가 있지만 그 빈자리들도 그저 8남매 마음으로 채웠습니다.

 

가족이기에 조금 부족한 것들도 이해하고 다독였습니다.

 

 

그동안 객지에서 고단했던 일들을 형제들이 함께하면서 위안하고

힐링했습니다.

 

그리며 내년을 기약하면서 웃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뒷정리까지 깨끗이 마무리한 우리도 아버님 모시고 다시 일상으로 왔습니다.

 

고생했네..힘들지?

하는 남편의 그말에

당신이 제일 고생했지 뭐...

이 대답으로 동생들을 보살핀 남편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이렇게 여름 한 자락이 흘러갑니다

모두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 눈 한 번 감고 마음 다시 먹으면 잘 지나가게 마련이니까요.

 

 

 

 

'세상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와 노래가 있는 밤에 초대합니다  (0) 2015.08.21
손녀의 편지  (0) 2015.08.17
연화바위솔.호랑이발톱바위솔  (0) 2015.08.16
광복 70주년 태극기를 답시다  (0) 2015.08.06
가지를 땄어요  (0) 201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