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마음을 나누는 이웃

비단모래 2015. 4. 8. 09:52

 

 

 

외출했다 돌아오는데 현관문고리에 검은 봉지가 매달려 있다.

봉지를 여니 14층에 사시는 분이 보내주신 친환경 화장수였다.

봉지를 걷어 가지고 들어와 문자를 보내드렸다.

"잘 쓰겠습니다"

 

이 검은 봉지는 우리의 소통방법의 도구로 쓰인다.

벨을 누르지않고 그냥 걸어놓으면 된다.

 

13층에 사는 나는 이 방법으로 8층에 사시는 꽃집과 14층에 사시는 분과 소통의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는 시골에서 뜯어온 달래와 미나리를 봉지에 넣어 14층에 걸어놓았다.

문자가 도착했다.

"미나리 맛있게 먹을게요"

 

14층에 사시는 분은 나보다 연세가 만으신데 친환경 화장품을 집에서 만들어 쓰신다

썬크림, 흑설탕으로 만든 맛사지 크림,화장수. 친환경 비누를 떨어지지 않게

계속 보내주신다.

친정언니처럼 챙겨주셔서 늘 고맙다.

 

 

 

8층에 사시는 꽃집아줌마는 꽃집을 하시는 관계로 늘 집에 늦에 들어오신다.

그러니 벨을 누르기가 민망해 봉지를 걸어놓기 시작하셨다.

김장할 때는 김장 몇포기를 담아

어느때는 묵을 쑤었다고

또 어느때는 굴을 사왔다고

봉지에 담아 현관문에 걸어두신다.

 

나는 별다른 것을 드릴것이 없어 시골에 다녀올 때마다

시골에서 흔한 머위..머위대 부추 이런 것을 나누어 드린다.

서로 만나기 어려워 그냥 문에다 걸어놓으면 문자로 답이 오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디 꽃을 보낼곳이 있으면 꼭 8층에 사시는 분께 부탁한다.

오가는 정이다.

나중에는 동생에게도 아들에게도 꽃 보낼일이 있으면 이곳을 이용하라고 부탁해놓았더니

동생과 아들도 이용하고 있다.

 

 

아파트에 살면서 이렇게 마음나누기가 쉽지않은 일인데

우리는 이렇게 봉지에 마음을 담아 나눈다.

 

며칠전에는 식목일을 맞아 시골에 간다고 하니

꽃집 아주머니께서 문앞에 수선화 몇 화분 수국 몇 화분을 가져다 놓으셨다.

시골집 화단에 심으라고 하셨다.

 

시골집 화단이 환해졌다

 

 

매일 당신과 동행하는 이웃의 길위에

한송이 꽃을 뿌려놓을 줄 안다면

지상의 길은 기쁨으로 가득 찰 것이다. 

R 잉글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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