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소설같은 소설이기를...

비단모래 2013. 11. 22. 08:58

 

겨울을 준비하는 <소설>입니다.

마지막 남은 가을햇살에 감을 다섯 채반

썰어 에어컨 박스위에 널었습니다.

이 무렵이면 소중한 햇살에

무도 썰어말리고 호박도 말리고

감도 깍아널어 곶감을 만들고

무청도 말려 긴 겨울을 준비합니다.

 

어린시절 돌담장위에 고구마를 쪄서

썰어 널어놓으면

오며가며 하나씩 집어먹는 맛이 참 좋았습니다.

처마끝에서 꾸덕하게 마르던 곶감을 빼먹으면

햇살감긴 달콤함이 혀를 유혹했습니다.

 

과일이나 채소는 햇살에 말리면

영양분이 더 풍부해 진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 지혜를 어찌 알았을까요?

긴 겨울을 지내며

입 궁금해 지는 눈 내리는 밤이면

벽장속에 말려 넣어놓은 곶감을 꺼내고

장독에 넣어놓은 홍시를 꺼내고

웃목 고구마 퉁가리 속의 고구마를

화롯불에 구워

먹으며 꿈꾸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봄 여름 가을이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자연을 자연스레 먹고 자랐습니다.

좀 부족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화학첨가물이 범벅돼 화려하고

자극적인 맛이 아닌 소박한 것을 먹었습니다.

 

오늘 아침 읽은 기사가 생각납니다.

우는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아기들의 뇌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정서의 뇌 감성의 뇌가 부족해 진다고 합니다.

 

알라딘 램프처럼 검색하는 것은 알려주지만

들꽃이 주는, 바람 한 줄기가 주는

구름 한 점이 주는,별빛이 주는 ,달빛이 주는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계를 손에 들려주는 대신

울리는게 낫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일 입니다.

 

아기가 울 때

저기 호랑이 온다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자

옛다 곶감 먹어라 하시던 할머니의 지혜가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영양이 풍부한 그 곶감이 아기의 정서를

키웠을 겁니다.

썰어놓은 이 감이 가을햇살에 마르면

나도 손녀들에게 먹여야겠습니다.

 

황금실 같은 가을햇살 스며든 감 한조각에

할머니 사랑도 뿌려주고 싶습니다.

 

소설입니다.

아름다운 소설 한 편 같은

소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단모래 오늘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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