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준비하는 <소설>입니다.
마지막 남은 가을햇살에 감을 다섯 채반
썰어 에어컨 박스위에 널었습니다.
이 무렵이면 소중한 햇살에
무도 썰어말리고 호박도 말리고
감도 깍아널어 곶감을 만들고
무청도 말려 긴 겨울을 준비합니다.
어린시절 돌담장위에 고구마를 쪄서
썰어 널어놓으면
오며가며 하나씩 집어먹는 맛이 참 좋았습니다.
처마끝에서 꾸덕하게 마르던 곶감을 빼먹으면
햇살감긴 달콤함이 혀를 유혹했습니다.
과일이나 채소는 햇살에 말리면
영양분이 더 풍부해 진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 지혜를 어찌 알았을까요?
긴 겨울을 지내며
입 궁금해 지는 눈 내리는 밤이면
벽장속에 말려 넣어놓은 곶감을 꺼내고
장독에 넣어놓은 홍시를 꺼내고
웃목 고구마 퉁가리 속의 고구마를
화롯불에 구워
먹으며 꿈꾸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는 봄 여름 가을이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자연을 자연스레 먹고 자랐습니다.
좀 부족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화학첨가물이 범벅돼 화려하고
자극적인 맛이 아닌 소박한 것을 먹었습니다.
오늘 아침 읽은 기사가 생각납니다.
우는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면
아기들의 뇌가 줄어든다고 합니다.
정서의 뇌 감성의 뇌가 부족해 진다고 합니다.
알라딘 램프처럼 검색하는 것은 알려주지만
들꽃이 주는, 바람 한 줄기가 주는
구름 한 점이 주는,별빛이 주는 ,달빛이 주는
이야기를 듣지 못합니다.
그래서 기계를 손에 들려주는 대신
울리는게 낫다고 합니다.
쉽지 않은 일 입니다.
아기가 울 때
저기 호랑이 온다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자
옛다 곶감 먹어라 하시던 할머니의 지혜가
그리워지는 요즘입니다.
영양이 풍부한 그 곶감이 아기의 정서를
키웠을 겁니다.
썰어놓은 이 감이 가을햇살에 마르면
나도 손녀들에게 먹여야겠습니다.
황금실 같은 가을햇살 스며든 감 한조각에
할머니 사랑도 뿌려주고 싶습니다.
소설입니다.
아름다운 소설 한 편 같은
소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단모래 오늘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