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우리집 거실 겨울풍경

비단모래 2010. 12. 29. 10:57

 

 겨울은 꿈꾸기 좋은 계절이다.

엄동설한 북풍한설 몰아쳐도 저 먼 땅 아래서는 봄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나무들이 나목으로 서있어도

그 뿌리는 물을 끌어올려 잎을 만들고 꽃을 빚고 있을 것이다.

 

우리집 겨울거실도 푸르다.

밖은 눈꽃이 피어 아름답고 거실은 초록과 붉음으로 화사하다.

카라 두송이 만으로도 집은 따스하다.

 

누군가가 내민 꽃다발하나로

우리집은 아름답다.

축하의 마음으로 곱게 싼 꽃향기가 거실바닥을 흐르고 있다.

고맙다.고맙다.

이런 마음이 가슴을 흐르고 있다.

 

 

 

 

 옹기종기하게 늘어선 다육이

쌀겨를 얹어 주었다.

시골에서 현미를 한가마 쪄다 놓았는데 너무 거칠어서

마침 집에 조그만 도정기계가 있어 그현미를 넣고 돌렸더니 쌀겨가 나왔다.

쌀겨에는 미생물이 많아서 식물이 자라기에 그만이다.

옹기그릇에 다육이를 심고 쌀겨를 얹었더니 시골 두엄풍경이 생각난다고 한다.

따스한 겨울을 느끼게 한다.

 조그만 컵에 심어놓은 다육이도 겨울을 나느라 고생하고 있다.

쌀겨를 조금씩 얹어놓고 건강하게 겨울이 지나기를 기원한다.

감자에 싹이나길래 컵에 담아 놓았더니 쭉쭉 싹이 오른다.

그 생명력에 놀랍고

몸을 썩혀 자식을 키우고 물컹하고 쪼글해진  엄마 젖같이 애잔하다.

꽃피운  바이올렛과 크리스마스에 선물받은 포인세티아가 거실을 환하고 아름답게 장식해 주었다.

포인세티아는 여러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

 

우리집 화분은 거의 옹기그릇이다.

도심의 아파트에서 고향정취가 난다고 한다.

허긴 집에 옛날 다리미 풀무 다듬이돌..재봉틀 다리..이런것들이 있으니..

도회적이지는 않다. 내가 세련되지 않아서..그런가보다.

겨울은 깊어가고 우리집 거실은 꿈꾸고 있다.

 

 

 

눈 내리는 날

 

도 종 환

 

당신이 없다면 별도 흐린 이 밤을

내 어이 홀로 갑니까.

 

눈보라가 지나다가 멈추고 다시 달려드는 이 길을

당신이 없다면 내 어찌 홀로 갑니까.

 

가야 할 아득히 먼 길 앞에 서서

발끝부터 번져오는 기진한 육신을 끌고

유리알처럼 미끄러운 이 길을 걷다가 지쳐 쓰러져도

당신과 함께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기로 한

이 길을 함께 가지 않으면 어이 갑니까.

 

스쳐지나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이 함께 있어서 내가 갑니다.

 

치는 눈보라 속에서도 당신이 그 눈발을 벗겨주어

눈물이 소금이 되어 다시는 얼어붙지 않는 이 길

당신과 함께라면 빗줄기와도 가는 길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혼미하여 뒹굴다가도

머리칼에 붙은 눈싸락만도 못한 것들 툭툭 털어버리고

당신이 함께 있으므로 오늘 이렇게 갑니다.

 

눈보라 치다가 그치고 다시 퍼붓는 이 길을

당신이 있어서 지금은 홀로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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