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가을 끝자락에 스며들다

비단모래 2010. 11. 16. 12:44

 

 플라타나스 나무가 많은 방송국 길은 지금 플라타나스잎이 수북하게 떨어져 쌓여있다.

밟으면 바삭!!!하고 스넥과자 부서지는 소리가 날 것 같다.

한 번 밟아보고 싶은 마음은 또 무언가

아직도 소녀적 감성이 남아있는건지...

 

오늘 아침은 참 싸늘하다.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날이라고 뉴스는 전하고 있다.

 

방송국 문앞 은행나무가 잎을 모조리 떨구었다.

아...탄성이 나왔다.

이제부터 혼자 버틸 ..겨울로 가는 길에서 모조리 털어내고 저 등걸로 견딜 자세를 취한 은행나무를 바라보았다.

추위속에 옷을 벗어던지고 과감한 결의를 다지는 장수 같았다.

저 아름다운 출정식을 벌이고 나무는 긴 겨울속으로 들어가리라

그러며 꿈을 꾸리라

눈보라 견뎌내며 이를 악 물고 긴 꿈을 꾸리라

긴 침묵으로 견뎌내리라

 

나의 겨울은 어떨까..

나는 겨울동안 어떤 꿈을 위해 긴 침묵으로 견딜까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날은 언제일까?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가을이라고 생각한다. 여름은 무성히 성성해서 아름답다기 보다는 용감하다

그 용감함은 푸른 20대 30대 40대를 거치며 점점 녹아든다.

화가나는 일이 많고 불평하던 일도 많고 분연히 일어나고 싶던 그 푸른시대..

그 푸른시대를 지나며 인생은 익는다

용서하고 싶고 자꾸만 사랑하고 싶고 지나간 시절이 그리워지고 그래서 붉게 타는 시기

가을..

그 가을같은 나이 50을 접어들며 순해지고 덤덤해지고 분노할 일도 적어지고

다른 사람을 넉넉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러며 누가 만들었는지 아주 멋진 말이 있다.

인생은 60부터...이제는 정말 인생은 60부터 활활 가을 중심처럼 타오른다.

 

그동안 살아낸 연륜과 경륜은 세상을 부드럽게 이해한다.

가장 붉게 가장 노랗게 제 색깔을 낼 수 있게된다.

가장 넉넉하게 곡식 창고를 채우는 계절이 가을이듯이 가장 멋지게 아름다운 색을 칠할때가

가을의 끝자락 아닌가.

가을 끝자락은 아름답다.

다시 돌아가는 길

제 뿌리를 덮고 제 발등을 덮고 가을은 그렇게 순응하며 돌아간다.

썩어 다시 제 몸을 키우는 일을 한다.

썩어 다시 다른 뿌리를 굵게 하는 일을 한다.

스며들어 스며들어 땅으로 스며들어...

 

가을 끝자락의 색은  퇴락한색을 띠고 있다.

모든 일을 잘 마쳤다는 안도감.

임무를 완수했다는 마음으로 뚝 ....한줄 바람에도 떨어진다.

이유없이 공중을 휘돌다가 다시 제 발밑으로 고요히 내려앉아

사람의 발과 자동차 바퀴와  바람과 눈보라에 밟혀 바스라져서

스며든다.

 

곱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