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게이션을 켜고 충대병원길을 찾는다
병원 진료가는 길
그저 이속의 여자가 가라는대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편하다.
우회전 좌회전 몇킬로 주행..몇번째길로 가라는 것 까지 순하게 들었더니
도착지에 잘 도착했다고 한다.
나를 이렇게 순하게 이끌다니
내가 또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다니...
또 엑스레이를 촬영하고
2주분의 약을 타고...
이약은 2주동안 나의 위속에 들어가 아픈 부위를 치료해야하니
나는 시간맞춰 약을 먹는 수고를 해야하겠다.
참 골치아픈 병이라고 하지만 의사선생님은 담담하다
엑스레이 상으로 뼈가 다른것보다 다른데 원인을 잘 모르니..라는 이야기에
의사선생님도 모르시는데 제가 어찌라고 말하고 싶었다.
아픈 부위만 세게 눌러 눈물 쏙 빠지게 하고는
두고 봅시다 였다.
두고보자...
약을 먹고 낫던지 아니든지 보자는 이야기다.
나와 비슷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웃고 말았다.
그분들의 이야기가
"젊은 새댁이 뭔일을 했다고 손이 아픈겨"
허긴 손 아프다고 오신 분들이 모두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셨다.
농사일에 ...자식 예닐곱씩 키워내며 고되게 살아내신 분들이 얻은 훈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손이 아프다는 것을 이유로 마음이 같았다.
"할머니 얼른 나으세요""새댁도 얼른 낫어"
그러며 돌아오는 길에 동변상련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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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 [同病相憐]같은 병에 걸린 사람끼리 가엾게 여긴다.'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의 사람끼리 서로 동정하고 돕는다는 의미다
충남대학병원
갖가지 마음이 교차하는 곳이다.
아이를 수술시켰고 어머니를 보낸 곳
그리고 내가 수술하고 다니는 곳
이곳 건물은 이상하게 나를 숨막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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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나와 다시 방송국으로 오면서 아름다운 가을을 만났다.
가을은 마지막 낙엽축제를 열고있있다.
손도 아픈데 논문 작성해 놓은 USB를 잃었다.
어제 가방까지 쏟아놓고 남편은 내 자동차 주차장 을 돌아보았고
나는 방송국 내 책상을 다 뒤져도 없다.
고리가 깨져나갔다.
이 절망감
노트북을 켰더니 다행히 논문 저장해 놓은 것이 있어서 마음을 수습했지만
2년간 대학원에서 발표했던 자료들과 썼던 논문을 고스란히 잃었다.
돌이킬 수 없다.
손이 아파 논문을 다시 쓸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초고라도 남아있으니 이게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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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4일 오늘은 남편이 직장생활한지 30년 되는 날이다.
30년간 성실하게 직장을 다녔고 눈부시게 가정을 가꿔 주었다.
오늘 아침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며 병원 잘 다녀오라던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나왔다.
고맙다.
참 고맙다.이렇게 어리버리한 내게 자상하게 챙기는 남편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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