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문 앞 화분에 담긴 예산사과가 붉게 익어가고 있다.
붉게 익어가는 사과를 보니 상쾌해진다.
지독하게 힘들었던 여름을 보내고 이렇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
가을은 이렇게 설익은 것을 푹 익히는 계절이다.
숙성시키는 계절이다.
그래서 모든 곡식을 모든 과일일 맛있게 만들고 있다.
이 가을에 내 인생도 숙성되어 좋은 맛이 나기 바란다.
오늘 아침에 충격적인 뉴스를 들었다.
내가 평소 좋아하던 그녀, 나의 롤 모델을 삼고 싶었던 그녀의 죽음 소식이었다.
행복전도사 최윤희..
조금은 어눌한 말솜씨로 명쾌하게 좌절과 절망을 걷어내던 그녀.
머리끝에 녹색이나 노란물 빨간물을 들이고 과감히 TV에 출연해 입은 옷을 5000원 주고 샀다는 그녀
세상에 웃음바이러스를 퍼뜨리던 그녀가 왜 죽음을 택했을까?
남편과 동반자살이라니...
이세상을 떠나는 길을 그렇게 택하다니..
평소 그녀의 유쾌한 말을 떠올리면 상상조차 가지 읺는다.
예전 여성시대를 할때 그녀와의 인터뷰를 한적이 있다.
솔직 담백 명쾌 그 자체였고 그녀의 인터뷰는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밥은 굶어도 희망은 굶지마라..웃음비타민. 딸들어 일곱번 넘어지면 여덟번 일어나라.멋진노후를 예약하라
행복 그거 얼마예요.웃음헤픈 여자가 성공한다.최윤희의 행복동화.당신의 인생을 역전시켜라.공관념 와장창 깨기
행복이 뭐 별건가요?최윤희의 웃음비타민.유쾌한 인생사전.유쾌한 성공사전.너의 인생에 태극기를 꽂아라.
20대 美쳐라.
등의 저서를 쓴 그녀...수많은 책을 남겨놓은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나보다.
우리나라 최고의 강사로 종횡무진 하던 그녀 소식이 좀 뜸하더니
오늘 이런 뉴스를 접한다.
그녀에게 강의를 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허탈해 할것인가.
이쯤의 어려움 이겨야지 그녀도 그랬다는데를 마음속으로 새기며 일어나려 애썼던 사람들
얼마나 무너질 것인가.
내인생 최고의 전략은 희망 이라던 그녀의 그 희망을 꺾은 건 무엇일까?
아줌마들의 로망
많은 아줌마들이 닮고 싶어한 그녀였을 텐데..
아..복잡하다.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이게뭐여..그럼 그동안 행복하다고 희망을 찾자고 하고 다닌 말은 뭐여
그 책은 뭐여...뭐가 옳은거여"
그러게..그녀의 삶에서 어떤게 고통스러웠는지 모르지만 그녀 라면 이겨냈어야 한다.
"나 이랬는데 또 일어났어요"
배시시 웃으며 이야기 했어야 했다.
그게 그녀가 쓴 책에 대한 예의고 그녀가 다니며 이야기했던 그녀의 말에 대한 책임이다.
남편과의 동반자살...
이세상에 남긴 그 많은 책에 쓴 행복과 희망을 어떻게 하라고...
정말 행복이 무언지 답을 찾지 못하겠다.
그냥 마음복잡한 아침이다.
그녀의 유서를 읽으니...만감이 교차한다...마지막 길을 동행한 그들을 뭐라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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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글…
저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2년전부터 여기저기 몸에서 경계경보가 울렸습니다.
능력에 비해서 너무 많은 일을 하다보니 밧데리가 방전된거래요.
2년 동안 입원 퇴원을 반복하면서 많이 지쳤습니다.
그래도 감사하고 희망을 붙잡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추석 전주 폐에 물이 찼다는 의사의 선고.
숨쉬기가 힘들어 응급실에 실렸고 또 한 번의 절망적인 선고.
그리고 또다시 이번엔 심장에 이상이 생겼어요.
더이상 입원에서 링거 주렁주렁 매달고 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혼자 떠나려고 해남 땅끝마을가서 수면제를 먹었는데
남편이 119신고, 추적해서 찾아왔습니다.
저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견딜수가 없고 남편은 그런
저를 혼자 보낼수는 없고… 그래서 동반 떠남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텔에는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 또 용서를 구합니다.
너무 착한 남편,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그동안 저를 신뢰해 주고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죄송 또 죄송합니다. 그러나 700가지 통증에 시달려본
분이라면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해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2010. 10. 7
- 봉투 뒷면에 쓴 글
완전 건장한 남편은 저 때문에 동반여행을 떠납니다.
평생을 진실했고, 준수했고 성실했던 최고의 남편.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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