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이사갈 짐을 차곡차곡 쌌다.
그 작은 방에서 나오는 집이 많다. 2년간 살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물론 손녀옷과 지들 옷가지가 대부분이다.
가는 며느리에 무얼 주어야 할지몰라 집에서 가져가고 싶은 것 다가져가라고 했더니
어느 구석에서 잘도찾았다.
주방세트 압력솥 냄비세트 국그릇 밥그릇 접시..그래도 가져갈 만한 것이 있다니 안심이다.
허긴 직장생활 20년이니 살림을 번쩍이게 하지못해
새로 들어온 그릇들은 거의 쓰지 못하고 쌓았놓았다가 큰아이 결혼할때 절반 주고
그래도 남아 작은아이가 가져갈수 있어서 좋다.
작은며니리의 검소함은 새로 사지 않고 집 장만 할때까지 엄마것을 쓴다고 하니
마음 짠 하면서도 대견하다
이 짐을 정리하며 며느리에게는 어떤 기억이 남았을까
나와 살면서 어떤 불편함을 참아야 했을까
묵묵히 참아낸 며느리가 고맙다.
처음 작은애가 집으로 들어왔을때
단 한가지만 부탁했었다. 둘이 다투지 말라고..우리집은 대체로 화목함을 중시하게 생각하니
그래서 엄마아빠도 니들앞에서 얼굴 붉히지 않을테니 니들도 그렇게 살아달라고..
며느리는 그약속을 잘 지켰다. 속상한일 많았겠지만 우리앞에서는 표현하지 않았다.
"엄마..제가 가끔 어린이 놀리터 간적 있죠..그때 속이 상해서.."
물론 알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앞에서 큰소리 내지않고 참아준 아이들 고맙기만 하다.
남편과 그런이야기를 한적있다.
"우리 며느리 밥을 하면 고맙게 먹고 혹시 못해도 내색하지 말자고.."
남편도 나도 그걸지키려 노력했다.
둘째가 맛있게 해준던 닭볶음탕..그리고 김치찌게..카레라이스..김밥과 어묵탕..못있을텐데..
양념을 챙겼다
참기름 들기름 고추가루 설탕 들깨가루 고추장 된장
진간장 국간장
해주고 싶은건 많고 모자란것이 더 많고
마음만 담는다
이제 우리집은 텅 빌것이다
웃음도 이사짐과 함께 싸가지고 갈것이다
덩그러니 큰 거실에서 나는 그리움 묻은 흔적을 더듬을 것이다
우리아가 뛰고 웃고 만지고 하던 흔적들을 만지며
그리워 할것이다
이제 사흘 후
나는 남을 것이고 아이들은 갈것이고
울컥울컥 그리움이 밀고 올라오는 목울대를 잠재우며
한동안은 우울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아들 취업되어 자신의 길을 자신의 가정을 꾸려가게 됨을 축하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사랑하는 내 새끼들...
어제 작은 며느리가 대학교 졸업을 했다
아기엄마로 며느리로 아내로..학교다니느라 고생했는데
졸업축하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