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스물여덟 누구보다도 푸르고 싱싱한 내아들아!
긍정적이고 활달한 내아들아!
너의 사주를 썼다.
너의 결혼 날짜가 잡히고 마음이 울렁이는데
네 처가로 보낼 너의 사주를 쓰면서 마음이 또한 울렁였다.
28년전 봄 네가 태어나고 너의 이름을 지어주신 외할아버지께서 너의 사주까지 써 주셨으니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들!
28년전 3월..너는 세번의 자연유산의 아픔을 겪은 엄마아빠에게 축복처럼 다가왔다.
너의 탄생은 본가나 외가에서 처음으로 태어나는 아가라서 너는 양가의 축복을 듬뿍받았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는 너를 하루종일 업고 시장으로 자랑을 나가셨을 정도로
너는 귀여움을 독차지 했단다.
너는 자다가 깨어날때도 웃으며 깨어났고 밤낮이 바뀐다는 아기때도 낮에는 잘놀고
밤에는 잘 자서 엄마를 참 편하게 해주었다.
너의 아빠는 얼마나 너에게 지극했는지
네가 잠을 깰까봐 시계추까지 묶어놓았고 재채기가 나면 밖으로 나가서
하고 오실 정도로 너를 애지중지 아끼셨다.
그런 네가 연년생인 동생이 생기면서 너무도 외롭게 지내게 되었다.
동생이 태어나자 마자 몸이 아파서 엄마를 온전히 동생에게 양보하고 너는
엄마의 그림자를 그리워하며 지내게 되었다.
동생을 데리고 서울병원으로 가있는 엄마를 그리며
아침이면 소리내지 못하고 울고...있던 너를 아빠가 기르며 마음 많이 아프셨다고 한다.
그래서 네 아빠는 지금도 너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다고 하신다.
아들!
하지만 아들은 동생을 사랑했다.
장난감이 갖고 싶어도 동생에게 다주었고 동생만 사랑하는 엄마에게
엄마는 동생만 안아프게 해주라고 큰 눈에 눈물을 그렁하게 담았다.
네가 엄마가 필요할 때마다 엄마는 네곁에 없었다.
운동회를 할때 소풍을 갈때도 엄마는 없었다.
동생이 13년간 여덟번의 수술을 할 동안 너는 참 많이도 외롭게 지냈다.
아..아들 미안하다.
어젯밤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찌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졌는지...든든했다.
마음 써주지 못하고 미안한 것 많은데 너는 그렇게 멋지게 자랐구나.
그런 아들이 결혼을 한다.
8년을 사귄 이쁜 정이와...
고등학교 2학년때 너는 조심스럽게 말했었다.
수학과목이 좀 부족한 것 같으니..수학 하나만 학원에 갔으면 좋겠다고..
아들..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그해 아빠의 회사가 부도가 나고..월급이 일년 가까이 나오지 않았다.
급기야 엄마 아빠가 시장 근처에 계란빵 포장마차를 하게 되었고
너는 밤이면 포장마차로 나와 엄마와 계란빵을 팔았다.
그때 미안했다.
그래도 웃어준 아들 고마웠다.
아빠가 엄마에게 하는 것을 잘 보고 자랐기 때문에 네 아내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따로 말하지 않겠다.
그리고 네가 결혼할 때 주려고 엄마가 쓰고 있는 글
"아들아! 너도 네 아빠처럼 멋진 남편이 되어라" 안에 엄마의 당부를 모아서
네게 주려고 한다.
아들아!
너의 신분을 상징하는 사주
곱게 전하기 바란다.
마음과 마음으로 맺어지는 두 집안의 경사이니
아주 소박하고 아름답게 마음 고생하지 말고 잘 준비해보자.
참 든든한 아들!
너를 보면 엄마는 마음 가득하게 행복하다.
네가 엄마에게 늘 웃는 얼굴을 보여줬듯이 네 아내에게도 늘 환한 모습을
보여주는 남편이 되기를 바라면서
네 사주를 쓴 뭉클한 마음을 적어본다.
아들..오늘이 엄마가 블로그를 쓰는 1000번째 글이구나.
그 의미있는 날 네 이야기를 쓰게 되어 더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