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담아두고 싶은 사람

활을 잘 쏘는 남자

비단모래 2007. 2. 23. 00:36

                   

문학회 출판기념회를 하고 회원들을 집에 데려다주고.. 들어온 시간..12시 가까운 시간

내이름으로 배달된 책한 권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아마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 올린글 이 당첨되었나보다. 

 

어제 오후 2시 녹음스튜디오에 얼굴빛이 맑은 일흔의 노신사 한분이 오셨다.

궁도를 하시는 어르신이시다.

"굉장히 젊으시네요...사진보다 훨씬 더 ~얼굴빛도 봄빛처럼 맑으시구요?

그러며 매실차 한잔을 권해드렸다.

 

어르신은 참 조용하셨다.

15년 활을 쏘신 분이시다.

 

"MBC월화 드리마 주몽 보시나요? 주몽의 뜻이 활을 잘 쏘는 남자라네요

그러면 어르신도 활을 잘 쏘시니 주몽이시네요..혹시 방송 출연 경험은 있으신가요?"

라고 여쭈었더니 지금까지 한번도 없으셨단다.

 

미리 대본을 드리고 예상질문을 여쭤보면서 리허설을 했다.

침착하셨지만 방송이라는 것에 두려움이 있으셨고

처음하는 방송의 부담감을 가지고 계셨다.

 

"녹음이니까 천천히 하세요.틀리면 다시 하시면 되니까요

편안하게 하시고요.."그러며 출연료 지급 영수증을 받고 스튜디오에 안내해드렸다.

 

"활쏘기는 단순히 신체만을 단련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타인에게 모범이 되도록 자신을 다스리는 수련이 수반돼야

진정한 궁도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세월 우리민족의 전통무예로 자리매김하며 호연지기를 기르고 심신을 수양하는

방법으로 익혀져 오던 궁도!

145 m 거리에 있는 가로 2 m, 세로 2.67 m의 과녁을 활을 쏘아 맞히는 경기다.

 

궁도인 치고 허리가 굽은 이가 없다더니

회장님의 자세도 꼿꼿하고 활시위를 당기는 팽팽한 건강함이 느껴졌다.

 

"궁도에는 지켜야할 아홉개의 계훈이 있습니다.

 

 

어짊을 사랑하고 덕을 베푸는 인애덕행

행신을 신중히 하는 자중절조

청렴하되 경기에 임해서는 용감한 겸직과감

활을 쏠땐 침묵하는 습사무언

마음을 항상 바르게 하는 정심정기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 불언승자

타인의 활을 당기지 않는 막막타궁

그리고 성실겸손과 예의엄수가 있는데

몸과 마음이 조화롭게 바로서야 건강한 것이라며

궁사의 길을 말씀해 주셨다.

 

활시위를 당기며 어떤 즐거움을 맛보느냐 여쭈어 보았더니

결국 정신을 집중해 사념을 없애고 날아가는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쾌감

이라고 하셨다.

 

회원중에 여든여덟 되시는 분도 꼿꼿이 활을 쏘신다면서

술 담배를 하지 않아 머리가 맑다고 말씀하셨다.

 

방송을 끝내고 돌아가시며

언제 궁도장에 들리면 따끈한 차한잔 대접하겠다고

활쏘는 것보다 방송하는 것이 훨씬 어려웠다는 어르신을

엘리베이터까지 배웅해 드리면서

건강하고 멋지게 지내시라고 말씀드렸다.

 

또 세상을 건강하게 살아가시는 어르신 한분을 가슴에 담아둔다.

선비처럼 단아하게

궁사처럼 늠름하게

그리고 첫방송을 하시는 순수함을 잃지 않으신 멋진 궁사 어르신!

 

그분을 오래도록 기억하며

그분이 말씀하신 아홉개의 계훈을 가슴에 새긴다.

 

내 마음이 어지러울때~기억하며 정리할 수 있도록

저멀리 과녁을 바라보며

내 생각의 화살을 정확하게 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