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안아드려요 (Free hugs)

비단모래 2006. 11. 18. 10:29

                   서천 신성리 갈대밭~공동경비구역 촬영지

 

토요일 아침,

아버님 드실 국을 가지고 시골로 가려던 남편이 현관문앞에서 뒤돌아섰다.

그러더니 나를 꼭 안는다.

"오늘 즐겁게 지내~국 끓이느라고 수고했어"

피식 웃었다.

 

주말에 일하는 아내를 두고 매주 혼자서 아버님께 가는 남편의 등이

쓸쓸해 보인다.

"잘 다녀와~조심하고..아버님 점심 사드리고"

 

남편을 보내고 돌아서서 그의 가슴이 참 따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혼때도 아니고 며칠후면 결혼 28주년이 다가오는데

가끔...잊고 있던 남편의 품 온도.

 

얼마전 부터 우리나라에도 '안아드려요 (Free hugs)'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스킨쉽 문화가 발달되지 않은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지만

알지 못하는 사람을 가슴에 꼬옥 안아주는 마음

어쩌면 거룩한 성자가 아닌가 싶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성도를 안아주시는 목사님

그리고 푸르스름한 새벽안개 같은 신부님

맑은 영혼으로 뜨거운 심장을 대어 안아주시는 스님

이런 분들이 아니면 사심없이 다른 사람을 덥썩 안기란 어려운 일이다.

 

요즘은 선생님도 여제자를 안아주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나는 내아들을 언제 안아 보았을까?

아들이 힘들어할때 가만히 안아주었더라면

아들이 자꾸만 취직시험에서 떨어질때 가만히 안아주었더라면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피곤하게 들어오는 아들을 가만히 안아주었더라면...

 

그리고 내남편

오십의 중반을 걷는 남편이 일하고 들어오는 저녁

가만히 안아보았더라면~

하루종일 맡고 섰는 자동차냄새를 맡았을것이고

세상에서 받은 쓰라린 아픔이 밴 남편의 냄새를 맡았을텐데~

 

나만 아프다고

나만 힘들다고

나만 피곤하다고

나만 안아주기를 바랬다.

 

어제저녁 아버님께 보낼 국을 끓였다.

다시마.북어포.소고기 다진것.무를 넣고 끓여낸 국물에 된장을 풀고

배추속대와 시레기를 넣은 국을 한솥 끓였다.

 

"맛있는 냄새 나는데~아버님께 드릴 국을 이렇게 끓일때마다

정성을 다하는 당신 이뻐~그리고 우리 앞으로 출근할때 안아주고 나가기 하자"

 

"좋지"

 

실은 그랬다.아침에 남편이 출근할때,어느땐 나도 바쁘니 설거지 하면서

나가는 것도 못볼때도 있고 화장실에 앉아서 보낼때도 있고 거울앞에서

화장하면서 그냥 보낼때도 있

어느땐 입이 댓발 나와서 나가는 남편~쳐다보지도 않을때가 있었다.

 

현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도

" 나~간다~"

하는 소리가 들려도 ...

 

안아준다는것은 서로의 심장소리를 듣는 일이다.

서로 살아있는 소리를 듣는 소리다.

서로 눈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 눈속에 들어 있는 말을 읽는 일이다.

 

처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때,

사랑을 시작했을때 가장 먼저 하는것이 안아주기다.

뛰는 가슴을 맞대고 품에 안겨있을때의 아늑함.

그 아늑함을 세월을 보내면서 잊고 산다.

 

아이를 낳았을때 처음 하는 일이 아기를 품에 안는 일이다.

아기를 안고 있을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엄마는.

그러나 그아이가 자라고 그 아이가 엄마의 기대치만 높아가고

엄마는 아이를 안아주는 것을 잊어간다.

아이도 엄마품에 안기는 것을 잊어간다.

 

아니 가끔 아이가 엄마를 안겠다고 달려들면

엄마는 '애가 왜 이래~" 하면서 몸을 뒤로 젖히고 만다.

아이가 많이 외로워 그런다는 걸 까맣게 잊는다.

 

이제 우리식구는 안아주기 운동을 하려고 한다.

우리 식구들 끼리 라도 만날때마다 가슴에 한번씩 안아보기로 한다.

그러며, 세상에 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도 안으려 한다.

 

그냥~따뜻히 안으려 한다.


 

지중해-여보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