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가을비
시골에 계신 아버님께 다녀온 남편은
일요일 생방송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아내를 위해
고구마를 굽고 있었다.
자신의 저녁도 지어놓고
아내가 먹을 고구마를 잘라 프라이팬에 알맞게 구워 놓았다.
우유 한잔에 고구마를 먹고 남편이 우려주는 감잎차를 기다리는데
카메라를 내민다.
"너무 이뻐서 찍어왔어...노랑나비가 쏟아지던 걸..."
아~고향가는 길
중학교가 있었지...가을이면 은행잎 노랗게 쏟아지는 그 중학교
그곳을 지나며 아내를 위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을 남편...그는 왜 그리도 내게 지극할까?
아니
왜 그리도 내마음을 간절히 아름답게 만들고 싶을까?
이길을 함께 달리고 싶었으리라
아마 차에서 내리라고 하고서는
내 머리위에 은행잎을 흔들었으리라
노랗게 쏟아지는 환희로움을 아내에게 안기고 싶었으리라
그 마음으로 이 사진을 찍었으리라.
가을비
목천균
때론
눈물나게 그리운 사람도 있으리라
비안개 산허리 끌어안고 울 때
바다가 바람 속에 잠들지 못할 때
낮은 목소리로 부르고 싶은 노래
때론
온몸이 젖도록
기다리고 싶은 사람도 있으리라
너에게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지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가을비
도종환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가 가겠지요.
지중해-여보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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