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모래 2006. 7. 30. 07:50


      소나기속에 서 있어야
      소나기 그친 뒤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설렘이 있다더니
      지독하게 내리던 장맛비 그친 뒤의 아침
      초록이슬이 짙다

      아침 6시 습관처럼 TV를 켰다
      푸른 인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강원도 원주의 어느마을을 찾아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무래도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이
      어르신 대상 프로그램이니 관심이 갔다

      어르신들은 역사박물관이다
      살아오신 연륜과 경험으로 그 세월속에 들어있는
      갖가지 인생은 우리를 감동하게 하고
      눈물나게 한다
       
      80이 넘으신 한 어르신이 나오셨다
      올 5월에 할머니를 하늘로 먼저 보내셨다고 하셨다.
      그분은 혼자 남은 심경을 이렇게 말씀 하셨다.
       
      "아내는 젊어서는 연인이고 중년에는 친구
      늙어서는 유모다. 아내를 잃고 나니 어머니 잃은 아기마냥
      적막하기 이를데 없다. 무엇보다도 그리운건 아내의 잔소리다
      왜 면도를 않했냐. 왜 그런 옷을 입었냐.왜 그랬냐..왜 ..
      내가 어린애줄 아느냐고 화냈던 시절을 돌아보니...
      역시 아내 말이 옳았다
      아내의 잔소리가 듣고 싶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짠했다.
      혼자계신 두분의 아버지
      그분들의 심경도 저러실텐데~
      어제저녁 서울에서 작은 오빠가 내려와
      동생내외와 남편과
      아버지 모시고 함께 저녁을 먹었다.
       
      술이 얼근해진 작은오빠가 눈물이 고였다.
      왜인지 안다
      80인 아버지~
      그 늙은 아버지를 어찌 할 수 없음에
      그 힘든 마음에~
       
      -----------------------------------
       
      아내란 이름으로
      28년째 살아오면서
      간간히 아프게
      간간히 절망하게
      했다
       
      어제 저녁도 이것저것 잔소리를 했다
       
       
      남편은 웃으며 말한다
      "알았어..미안해.."
       
      남편은 나에게 평생 미안해 소리만 하고 살고있다
      뭐가 그리 미안할까
      모든걸 이해하고 품어안고 살고있으면서
       
      애잔하게 눈물겹게 보아주면서
      안쓰럽게 바라보면서
       
      나도 그에게 연인 이었을까?
      나도 그에게 친구도 되었을까?
      나도 그에게 유모가 되어 줄수 있을까?
       
      평생 잔소리 하면서...
       
       


       

                 남편 지중해 노래-여보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