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십시일반(十匙一飯)

비단모래 2006. 7. 19. 09:38
 

 

 

 

 

 

 

 

 

 

 

 

 

 

 

십시일반(十匙一飯):

 

 밥 열 술이 한 그릇이 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쉬움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 이 십시일반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고 본다.

 

  

오늘 우리방송에서도 시청광장에서 수재민돕기 모금방송을 마련한다.

각 프로그램마다 열심히 PR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 프로그램중에 내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인생은 아름다워'와 '생방송 라디오쇼'다.

 

 

십시일반~

어려서 어머니는 육남매들에게 나누는 것부터 가르치셨다.

형이나 오빠는 동생을 기다렸다가 함께 먹고

동생들은 형이나 언니를 기다렸다가 함께 먹고

나가셨던 아버지께서 돌아오시면 함께 먹고

그래서 부족하기만 했던 음식을 서로 나누어 그런대로 부족한줄 모르고 자랐다.

 

물론 늘 부족했지만

어머니께 배고프단 말을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때 배급으로 나오던 옥수수빵도 집에 있는 동생을 생각해서 집으로 가져와

동생들 하고 같이 먹었다.

집에서 색다른 음식을 하면 물론 우리집도 많은 식구에 부족하기는 해도 이웃집

담넘어로 넘겨졌다.

물론 그 집에서도 감자를 찌거나 제사를 지내거나 하면 음식이 담너머로

넘겨져왔다.

 

그래서 그 어려운 시기를 넘기며 살아왔을것이다.

 

어머니는 또 지나가는 걸인도 그냥 보내지 않으셨다.

한상에서 밥을 먹이셨다.

어린 우리로써는 무섭기도 했고

또 지저분해서 같이 밥먹기 힘들었지만 사람은 귀천이 없는거라고

한상에서 밥을 먹게했다.

오히려 나중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들과 잠도 같이 잤다.

그때 30대 였던 젊은 어머닌 어떻게 그들을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드렸을까?

 

집에 온사람 입맛다시게 해서 보내야 한다는게 철칙이셨던 어머니

그래야 나중 자식들이 배곯지 않고 산다고 하시더니

그 덕인지

육남매 밥 걱정없이 살아가는건 아닌지~

 

지금 세상은 참으로 많이 변했다

문을 닫아 걸고 사는 세상이 되면서...더구나 나처럼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아파트 사람들과의 교류가 많지 않으면서

음식을 나누기는 커녕

마음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있다.

 

앞집에 무슨일이 있는지

윗집에 누구네가 이사를 가는지

제대로 모르고 살고 있다.

 

며칠전 어둠이 내리는 아파트 주차장

막 차를 주차하고 올라가려는데

같은 라인 아주머니께서 부르셨다.

"늦게 퇴근하네...주말농장에서 감자를 좀 캤는데 줄까?

요즘은 이런걸 줄래도 안먹는 사람들이 많아서~우리도 식구도 없고 재미로 졌는데

감자가 많아서~"

 

"주세요~저희들은 잘 먹어요"

 

아주 좋아하시면서 감자를 한아름 주셨다.

아침마다 밥하면서 밥위에다 쪄  으깨서 비벼먹기도 하고

된장찌개도 하고 양파랑 볶아먹고 카레도 하고...갈아서 전도 부치고

요긴하게 반찬으로 만들어 먹고 있다.

 

이렇게 나눌수만 있다면~좋을텐데

주는사람 받는사람 부담스럼지 않게

 

얼른 준비하고 나가야겠다.

밀려오던 물길에 한평생 가꾼 삶의 터전과 추억마저 모두 잃고

실의에 잠긴 수재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수 있다면

오늘 십시일반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야 겠다.

 

정말 추억마저 잃었다.

사랑하는 가족..

돌아가신 부모님사진 결혼사진..자녀들 돌 백일 사진..

그리고 자녀들 졸업사진...

그리고 쓸고 닦던 가재도구...

그리고 편안히 눕던 방..

농경지..

고향..

아름다운 산천..

 

 

 

다 잃었다고 생각하는 수재민들에게

사랑의 손길이 남아있다고 전하고 싶은데

그들의 상처 덧나지 않게

조심스레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다시 힘을 찾고 일어날지~다시 웃음을 찾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TV를 보면 막막하다.

그래도 손 놓고 있을순 없다.

우리 십시일반이라도 함께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