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간 그대에게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딸 넷과 막내로 아들 하나
그리고 그대의 남편이 통곡하는 황사 자욱한 비가 내리는 봄날
이제 이 세상에 그대는 없습니다.
놀라움과 경악 그것 뿐입니다.
나와 비슷한 나이
내 남편 친구의 부인인 그대가 어제
심장마비로 아무도 모르게 하늘로 혼자 떠났습니다.
곁에서 자던 그대 남편에게 인기척도 없이 혼자서 숨을 거두고 갔습니다.
왜 그랬어요.
흔들어 깨우지......
나 이제 당신 곁을 떠나야겠다고 하고 가지...
아침에 일어나지 않는 아내를 깨우다 그대 남편은 얼마나 놀라고
아내 가는길을 알지 못한 죄책감으로 얼마나 힘 들까요?
그렇군요.
20여년 살 붙이고 산 남편도 그대 가는 길을 느끼지 못했군요.
결국 그길은 혼자 가야 하는 길이군요.
그렇게 조용히도 떠날 수 있는 길이군요.
그대 남편이 친구를 붙잡고 통곡하며 그러더래요.
"같이 가야 하는데...같이 가야 하는데..."
친구의 아내가 그렇게 떠났다고 달려갔다 와서는 그러더군요.
"그렇게 떠나지 않기"
어떻게 아내를 땅에 묻을 수 있을까요? 그대 남편은.
여자의 몸가꿈도 잊은 채 시골에서 다섯아이 기르며 일만 하더니.
그 너른 콩밭을 호미로 김을 매면서
유기농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팔아서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애쓰더니.
고추밭에서 구슬땀 흘리며 고추를 따더니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동네 부녀회장으로 일하더니
힘든 농삿일은 그대의 허리를 통증으로 시달리게 해
아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주사를 맞으며 이를 물고 일하더니
간간히 찾아가는 내게 그저 웃음으로 반기더니
고향으로 가서 그대 의지하고 살려고 했는데
정말 이세상 소풍길 아름다웠나요?
아니잖아요. 힘들었잖아요.
이제 아이들 그만큼 자라 대학도 졸업하고
지금부터 조금은 덜 힘들게 살아도 되는데.
아직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아들 어쩌라고.......
내리 딸을 넷을 낳고 그 아들을 얻었을때
그리도 좋아하더니...그 아들 놓고..그 딸들 놓고 ...그 허한 남편놓고
어떻게 그대는 그길을 겁도 없이 혼자 간 건가요?
이제 세상은 봄천지로 꽃잔치를 열텐데
그대를 보낸 그대 가족은 이 봄을 어찌 살라고
그래도 산 사람은 산다지만 그대와의 추억이 때때로 몰려와 눈물짓게 할텐데
그대가 있던 자리자리 마다 눈물로 채워질텐데
그대 보고싶어 하늘을 바라보고...그대이름을 부를텐데.
엄마를 부를텐데......
시집가고 장가가고 아기 낳을때마다 자지러지게 엄마를 부를텐데.
홀로 늙어 갈 아버지를 바라보며 엄마를 그릴텐데...어쩌죠.
내게도 이렇게 아픔으로 다가와 숨막히게 하는데
그대 가족들 얼마나 질식할 것 같을까요. 울어도 울어도 불러도 불러도
오지 않을 아내. 엄마. 그대......
그래요.이땅에서 그렇게 사랑했던 그대의 가족 잘 보살펴주고 어려움에 처 하지 않도록 그대가 보호막이 되어줘요.
젊은 부녀회장 보내고 온동네 슬픔으로 잠긴 그 고향과 가족을
돌아보며 돌아보며 떠났을 그대......부디 세상의 소풍이 아름다웠노라고
추억하는 것이 많았으면 해요.
영원한 추억으로 돌아간 그대. 안녕!
오늘 개그맨 김형곤씨의 사망소식도 들었다.그도 심장마비다.
나와 동갑인 김형곤씨....마흔 아홉...
시사 코메디의 대가...우리나라 코메디언 최초로 카네기홀의 공연을 앞두고
그는 홀연히 하늘로 갔다...몇년전 방송국에서 만났던 기억이 난다.
무지 웃기고 간 그..."자기 아내는 자기가 없는 밤은 맷돌을 배위에 올려놓고 잔다"
고 너스레를 떨더니...그 아내와 헤어지고.....그의 명목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