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3월 첫날...독립만세를 외칠까?

비단모래 2006. 3. 1. 10:56
 

 

내사랑 현옥

숨 가쁘고 즐겁고 행복한 2월 한달 이었네(나에게)

당신 때문에 모든 걸 다 얻었어. 힘들었던 시간들 많았지만 당신에 격려

당신에 이해와 배려가 나에게 이렇게 큰 기쁨과 행복으로 다가왔어.

기쁨과 영광 모두 당신꺼야.  받아줘 모두줄께.

이제 조금 시간이 가면  현옥이의 시대가 기다리고 있잖아.

2월 처럼 모든 즐거움과 행복이 3월로 이어지는 달 되었으면 해.

그 첫걸음은 알지? 현옥이 건강 무리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는데...

바쁜 3월  기쁘게 즐겁게 맞이 하자구.

꽃샘추위 마저도.....내가 현옥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렇게 .                                       

                             남편이

 

거실 브라인드를 밤을 걷어내듯 걷으니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차들의 지붕위에 살짝 습자지 한장을 붙여 놓았다.

3월 첫 날

겨울 끝자락은 기어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꽃눈을 뿌려두었다.

 

집이 조용하다.

남편도 큰아이도 작은 아이도, 세남자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10시가 넘었는데.....

3월 첫 날 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답답한 가슴을 달랠 수 있게 대천바다라도 가고 싶었다.

이제 내일부터 나는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석달을 살아내야 하기에

마지막 휴일을 이렇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어제 아버지 모시고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남편의 친구들을 만났다.

오랫동안 친구들과도 정을 나누지 못한 남편이 친구들이 그리웠는지

1차 2차 3차에 걸쳐서 소주를 마셨다.

 

*^^*

 

결혼하고 처음 술 마신 남편을 침대에 두고 혼자 거실에서 잤다.

 

물 마시러 남편이 나오더니 씨익 웃는다. 민망 한가보다.

그러더니 또 들어가 잔다. 이런 모습 한 10여년 만에 보는 것 같다.

워낙 부지런하고 깔끔해 쉬는날도 새벽같이 산에가고 하는 사람인데

많이 힘든가보다. 주님한테 너무 세게 맞았다.

 

이해가 되면서도 짜증이 나는 걸 어떡하나.

남자셋이 여자하나 화를 돋구려 작정을 했다.

 

동생 불러 목욕탕가서 때나 박박 밀고 올까?

아님 이 세남자들을 깨워 해장국을 먹으러 갈까?

 

 

밥 할 생각도 없이 거실에서 모자이크를 하다가 컴퓨터를 켜고

메일을 확인하는데....언제 보냈는지 남편의 메일이 날아 와 있다.

 

큭~^^

 

행복한 3월을 맞으라더니...첫날부터 영 기분이 아니다.

 

우리집 유일한 여자

내가 다운되면 남자들이 슬슬 눈치를 볼 텐데.

 

대한독립 만세를 부른 3월1일

나도 독립만세를 불러볼까.

 

아내,엄마 자리 사표내고 독립국으로 살겠다고.

 

아님 식민지 선포를 하고 이들을 암담하고 고되게 살게 만들어볼까?

자유도 주지않고 경제적인 고난도 주고..내 맘대로 억지를 써가며 살아볼까?

아마 복장터져 못산다고 ...금방 항복해 올텐데.

 

작은 아들이 자는 모습을 내려다 본다.

부러진 발가락을 싸맸던 깁스를 풀러내고 자고있다.

짠하다~

 

큰아이 방 문을 살짝 열어봤다.

시험공부한다고 맘고생 몸 고생하면서 애써 태연한 척  밝게 웃으려니

저도 힘든가보다.

또 짠 하다~

 

남편이 잠든 방문을 열어봤다.

깨끗이 샤워는 한것 같은데..방안에 소주냄새가 방향제처럼 풍긴다.

또 짠하다~

공부한다고 몇년 좋아하는 친구들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더니~

 

 

매실이라도 타다 주어야 겠다.

아니 헛개나무잎을 우려서 먹여야겠다.

 

그리고 독립만세는 접어야겠다.

그냥 이들과 어울려 또 살아봐야겠다.

 

엄마는 바다를 보는 대신 해장국을 끓여야겠다.

콩나물에다 북어넣고 청양고추 팍팍 넣어 얼큰한 국을 끓여 

세 남자들의 쓰린 위장에 사랑의 밥을 넣어줘야겠다.

3월 첫 날...내 마음 살짝 얼어버린 아침 오전 11시에.

 

유관순 언니처럼 넉넉하고 마음 착한 내가 참아야지...3월1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