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아버지의 세배돈

비단모래 2006. 1. 29. 17:52

 

 

 

 

 

 
 

설날 새벽 6시~

깨끗한 아침~밤새 장작불을 때 가마솥에 고아놓은 사골국물을 식혀 기름을 걷어내고 떡국 끓일준비를 했다.

정갈한 마음으로 머리를 쓸고.

 

어머님~너무나 그리운 어머님 차례상

차례상을 차리고 떡국을 올리고~그리고 차례를 지냈다.

소곡주로 지낸 제주를 음복하고 난 후

그리고는 아버님께 세배를 올렸다.큰 아들부터 차례로

 

아버님은 며느리에게 흰봉투에 든 세배돈을 준비하셨다.

그리고 손주들에게도 덕담과 함께 할아버지의 사랑을 나누어

주셨다.

 

나는 남편에게 맞절로 세배를 했다.

~자기야 나도 세배돈 줘~

했더니 만원짜리 신권 두장을 주면서 새해 건강하라는

덕담을 건넸다.

 

아버님의 세배돈~

왜 그렇게 가슴이 아릴까?

며느리를 위해 손주들을 위해 그동안 자식들이 드린 용돈을

무지 아끼셨을 아버님.

추운 겨울도 보일러 기름이 아까워~보일러도 제대로 틀지 않으시던

아버님의 검소함을 알기에.

 

며느리들 왔다고 보일러 온도를 올려주시며 웃으시던 아버님.

방송일에 차례만 지내고 나오는 며느리를 넉넉하게 보내주시던 ...

그 아버님의 세배돈을 고이 간직하고 왔다.

 

방송국에 오기전에 친정에 들러서 친정아버님께도 세배를 드렸다.

친정아버지도 세뱃돈을 주셨다.

친정아버지도 어머니 가시고 첫 설날을 보내셨다.

그 모습도 왜 그렇게 아플까?

 

사슴같은 눈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도하고 서 계신

아버지의 세뱃돈도 아프게 간직하고 왔다.

 

음력 새해 첫 날~

방송 대본을 준비하며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대본 사이사이에

끼워 넣었다.

펼칠수록 아름다운 음이 나는 아코디언 처럼~

흩어지는 방송글이 아름다운 향기로 퍼져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