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모래 2006. 1. 15. 22:43

                                          성대모사의 일인자 남보원님과 함께

또 일주일을 살았다.

아니 살아냈다.

일요일 생방송을 마치며 '아~또 일주일을 살았네'라고 말한다.

 

이틀동안 대전은 우주세계처럼 안개에 젖었었다.

안개에 잠긴 건물들은 보일듯 말듯한 회색으로 마음을 스산하게도 하고

폭신한 그리움에 젖어들게도 했다.

 

새벽 안개 자욱한 길을 달려 천년 고찰 갑사에 가서 한 스님을 만났다.

조용히 메밀차를 우려 주시던 스님.

몇번이고 물을 끓여 많이 마시라고 차를 권하시더니

툭 던지신 말씀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100% 채우지 말고

70%쯤 차면 만족하라고 하셨다.

사랑도,물질도,명예도,70%에 만족한다면 더 차지하려는 욕심도 없어지고

아주 소박하게 살 수 있다고 하셨다.

컵에 물을 100% 가득 따르면 흘리지 않고는 마실 수가 없다고.

 

그것처럼 가득찬 사랑은 지루하게 되고 가득찬 물질은 부패하게 되고

가득찬 명예는 비참하게 떨어질 수 있다.

결코 100%는 지킬수 없다.

물질과 명예를 지키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을 수없이 보았으면서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동안 100%의 사랑을 원했다.

만족할 수 있는 물질을 원했다.

그리고 얻으려는 명예는 완벽하기를 바랬다.

그래서 마음에 여유가 없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건강을 해치며 일헀는지도 모른다.

이만하면 됐다~이쯤이면 만족한다 라는 여백을 두지 못했다.

 

70% 채우기

꽉 차지 않은 여유......그 여유가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

 

어제 만난 남보원 선생님!

그분이 45년만에 자신의 노래를 담은 앨범을 가지고

내가 만드는 방송에 초대되어 오셨다.

일흔의 연세에도 아직 눈부시게 활동하고 계시는 분

우리나라 성대모사의 달인으로 원맨쇼의 일인자로 지내시면서도

그분의 말씀이 항상 오늘에 만족하고 살았다고 겸손해 하셨다.

어린 진행자들을 격려하시며

인기인답게 최선을 다해 자신의 끼를 보여주셨다.

왜 그분이 그런 자리를 오래 지키고 계신지 알게 되었다.

마음의 여유였다. 조급하지 않은 오랜 숙성으로 익은 맛이었다.

 

이 남보원 선생님을 마음에 담아둔다.

자꾸만 내마음이 조급해 지고 욕심이 생길때마다

선생님의 여유를 꺼내보면서 내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 나가려 한다.

 

딱 1월의 반을 살았다.

1월의 반을 살아냈다.

 

오늘 클로징처럼

'오늘 참 좋았다'라는 느낌표 하나 찍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도 좋을 것이다'라는 희망을 적어넣으며

'여러분 아시죠? 다 잘 될겁니다'로 내이름에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