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메이션.
내 두뇌속 생각의 샘이 저장해야 하는것을 이녀석이 대신해주고 있다.
이녀석이 없으면 하루도 일 할수 없는 나는 대단한 무게가 나가는 이녀석을
낑낑 거리며 들고 다니고 있다.
이녀석이 없으면 불안하고 이녀석이 내가 저장해 놓은 데이터를 삭제 시킬까봐
언제나 귀하게 다루고 있다.
이 녀석속에만 저장해 놓으면 난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고 필요하면
언제나 클릭만하면 알라딘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무엇이든지 부탁을 들어주기에
가끔 무거워 짜증나다가도 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나에게
돈이되는 글을 쓰게히고 시를 저장하고 그림을 담아놓고 하여튼 끝없는 메모리
능력으로 나를 기쁘게 하고 있다.
컴퓨터...
하지만 간간히 생각해본다.
이녀석이 없으면..갑자기 실종된다면 나는 아무일도 할수 없다.
이녀석이 내가 너무 부당하게 요구한다고 마음이라도 잘못먹고 가출해 버린다면
나는 꼼짝하지 못한다. 이녀석이 노사분규를 일으켜 갑자기 일을 멈추거나
내가 요구하는 것을 묵살해 버린다면 나는 허둥대다 지워진 머릿속의
기억들을 짜내느라 기진하게 지쳐버릴것이다.
언제부터 나를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걸까 이녀석은?
처음에 손으로 쓰던 원고를 컴퓨터로 작성하기 시작했을때 불평도 많았다.
낯선 기계앞에서 빤히 나를 바라보고 조롱하고 있는 사각의 얼굴을 바라보면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머리가 아팠다.
간혹 나의 잘못된 지령에 애쓰게 작성해 놓은 원고가 어디론가 날아가버리고도
녀석은 미안하단 말도 없었다.녀석의 두뇌를 깨뜨려버리고 싶던 충동
그 충동도 내가 참아내고 달래야 했다.
녀석과 친해지기 시작하고 부터 나는 참 편리한 일이 많아졋다.
잘못된 부분은 삭제하고 다시 쓰면 됐고 원고의 순서가 바뀌면
복사해서 적당한 곳에 삽입해 넣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저장해 놓으면 언제 어디서든 불러오기만 하면 짠 하고 내앞에 나타나
기억력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프린트를 누르기만 하면 깔끔한 원고가 진행자들에게 전해졌고
나는 아주 능력있는 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
오토메이션......내 두되의 사고력을 퇴보시키고 손가락만 까딱하면 나의 충실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컴퓨터를 ......
아~나는 오늘 오토메이션의 놀라운 변화에 충격을 받고 말았다.
도장....요즘엔 도장을 쓸일이 거의 없다.
내가 경제적인 면에는 아주 등한해서 인지는 몰라도 부동산을 사고 파는 일은
이 아파트로 이사오던 14년전에 마지막 이었고.
은행도 현금카드가 있으니 도장찍어 비밀번호 써서 인출할 일도 없으니
도장은 어쩌면 추억의 낱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오늘 도장을 쓸일이 생겼다. 인감증명을 떼어야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할때 졸업기념으로 준 빨간 도장이 인감이라
그 도장을 지금까지 쓰고있다.
결혼신고를 할때도 아이들 출생신고를 할때도 그도장으로 찍었다.
이 도장은 뚜껑도 없어졌고 귀퉁이도 깨졌다.
남편이 예쁜 상아도장을 파다 주었는데도 그 도장은 쓰지않았다.
그런데 이도장이 쓰려고 찾으면 어디에 숨었는지 ..특히 간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나로써는 급히 도장을 찾을 수 없었다. 상아도장도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동사무소 옆 도장 파는 가게에 가서 목도장을 파기로 했다.
목도장....두꺼운 안경을 쓴 아저씨가 송곳같은 걸 가지고 톡톡 이름을 파던
기억만 생각했다.
그런데....내이름을 컴퓨터에 저장하고 글씨체를 정하고
컴퓨터를 톡 하고 누르니.....세상에!!!~ 컴퓨터에 옆 기계에 달린 레코드판 바늘같은
침으로 도장의 이름이 컴퓨터 그대로 파지고 있었다.
아니..그럼 도장도 이젠 사람의 손이 필요없어졌단 말인가!
기계가 이일마저 대신한다고?
갑자기 컴퓨터가 터미네이터 처럼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녀석이 어느날 반란을 일으킨다면..인간이 만든 기계에 인간이 점령당한다면..
이제는 말을 하는 컴퓨터가 나왔고..인공지능을 능가하는 컴퓨터도 나왔다.
컴퓨터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요즘.
자동화....오토메이션....나중엔 우리 사람을 조종해서 컴퓨터의 하수인으로
쓰는건 아닌지...
도장을 파면서 너무 깊은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오늘밤은 이녀석이 무섭다.
그래서 자판을 힘차게 두드렸다.
넌 고분고분 해야한다고...내 말에 복종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