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첫눈이와요

비단모래 2005. 12. 4. 00:51

 

                                                                          사진-네이버

4일 새벽 12시 30분

대전에 첫눈이 내린다.

 

 

저녁 방송 예보에 첫눈이 온다는 소식이 있어

눈을 기다렸는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 올 기미가 없더니

컴퓨터를 로그아웃 하려 서재에 들어왔다 창밖을 무심코 내다 보았는데

첫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가로등을 비껴

흰나비떼처럼 내리고 있다.

 

하늘의 눈도 내려앉을  제자리를 알고 찾아 온다는 순리

 

아 이 순전한 설렘

 

첫눈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새벽길을 달려 온 신부

왜 이렇게 이새벽에도 가슴은 뛰는지.

 

방송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여자진행자와 약속했는데

'첫눈 오면 원촌다리에서 만나자고"

흘러가는 갑천물 바라보며 첫눈을 보자고 했는데.

너무 늦었다. 그녀 잠들었을텐데...

 

이 새벽에 문자를 보냈다.

"첫눈이다...눈물나게 아름답고..눈물나게 슬프고...눈물나게 행복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남편은 웃었다.

 

"맥주한잔 마시러 갈까? 첫눈 오는 날 그냥 지냈다고 또 삐질라..."

 

나가기가 두렵다.

첫눈이 내머리에 앉으면 가슴 뭉클할텐데.

내 얼굴에 차디차게 떨어지면 아플텐데..

 

아직도 이런감성이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철없다 웃겠지만 첫눈에 눈물나게 행복한것도 감사한다.

유리창 너머로 무작정 쏟아지는 눈발을 본다.

 

내가슴에 화살처럼 꽂히는 눈발을 본다.

이 새벽에 잠들지 않아 다행이다.

나 자는사이 내렸으면 얼마나 아팠을까?

 

첫눈......

아름다운 축제의 꽃가루가 무작정 쏟아지는 새벽에

잠들지 못한 내가 행복하다.

 

새벽한시에 기꺼이 나가서 첫눈을 함께 맞아준 남편에게 감사한다.

아파트에 주차된 차 지붕에 소복한 흰 꽃

아파트 화단 사철나무에 탐스럽게 핀 눈꽃

남편의 머리위에 소복하게 앉은 첫눈

 

내 얼굴에 내려앉은 차가운 겨울인사. 기쁘게 받았다.

 

그런데.....선배의 결혼식 축가를 부르러 천안에 간 작은 아들이 걱정이다.

눈길......조심해서 운전해야 할텐데.

엄마는 엄마다.나도.*^^* 

 

 

 

 

 

 

 

첫눈잔치....큰아들과....1시30분에 나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