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핑크레이디&블랙러시안

비단모래 2005. 12. 2. 00:10

 


    참으로 적적하게 혼자 계시는 아버지!

    나는 잘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셔도 목에 걸린 아버지

    그 아버지와 함께 저녁 식사약속을 하고 일찍 퇴근을 했다.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로 가려고 했는데

    집으로 먼저 가 있으란다.

     

    아파트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쁜 꽃다발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꽃다발 안에 꽂힌 작은 메모

    남편의 메모다.

     

    아니!언제 꽃다발을 준비해 놓았을까?

    일하다 언제 집에 들어와 장미꽃이 날 기다리게

    준비했을까?

     

    "*^^* 아름다운 장미꽃이 날 행복하게 만드네요

    고마워요*^^*" 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회사로 나오란다.

     

    아버지를 모시고 수육을 부드럽고 맛있게 하는

    식당에 갔다.

    "아버지! 오늘 저희 결혼기념일 이예요"

    "니들끼리 저녁 먹지...."

    "이니요..아버지랑 같이 하고 싶어서요"

     

    남편과 아버지가 함께 소주를 나누는 모습이 좋다.

     

    "이 세상에 큰 사위 같은 사람은 없다.

    처음 온 날 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사람이다.

    내딸에게 더없이 잘하니....너도 남편에게 소홀하지 말아라"

     

    "네~"

     

    얼근한 어버지를 아파트에 모셔드리고 돌아오는 길

    홀로 계신 그밤이 아프다.

    이제 어머니 떠나신지 한달! 아직도 가슴에서 삭아지지 않는

    아내와의 정 때문에 얼마나 외로우실까?

    떠나는 차 뒤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뭉클하다.

     

    집으로 돌아오며 남편에게 겨울와이셔츠 2개와 넥타이 두개를

    선물했다.일요일 남편이 효도회원 어른들이 모이는 잔치에 초대되어

    노래를 불러드려야 하기에 멋스런 와이셔츠에 스트라이프 무늬

    넥타이를 골랐다.

     

    남편이 잠시 아름다운 야경이라도 보고가자고 해 아파트 근처

    11층 오페라하우스에 들렀다.

     

    그러며 내가 좋아하는 칵테일 핑크레이디와 블랙러시안을

    주문했다.

     

    "약소하네..이렇게 보내게 돼서"

    "아니야.....고마워..꽃은 언제 준비했어?"

    "낮에....예쁘게 해달랬더니....아주 예쁘게 ...."

    "예뻐...."

    "참 어려운 시절을 잘 참아줘서 고마워..아마 우리 앞으로도

    이렇게 그냥 순탄하게 지낼 수 있을것 같아.

    아이들도 건강하니"

    "자기가 무조건 잘 참아줘서 그렇지 뭐"

     

    집에 돌아와 내게도 노래를 불러달라고 졸랐더니

    박진석의 '천년을 빌려준다면'을 거실에서 부르고 있다.

     

     

     

     

    당신을 사랑하고 정말 정말 사랑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당신을 위해
    무었이든 다해주고싶어

     

    만약에 하늘이 하늘이 내게 천년을 빌려준다면

     

    그천년을 당신을위해 사랑을위해
    아김없이 모두쓰겠소

     

    당신을 사랑하고 너무 너무 사랑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당신을 위해 원하는것 다해주고싶어

     

    어느날 하늘이 하늘이 내게 천년을 빌려준다면
    그천년을 당신을위해 사랑을위해 아낌없이 모두 쓰겠소

     

    만약에 하늘이 하늘이 네게 천년을 빌려준다면
    그천년을 당신을위해 사랑을위해
    아낌없이 모두 쓰겠소

     

     

     

     

     

    12월 첫날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