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청소기 들고 휴가 온 며느리
비단모래
2020. 8. 29. 18:08
굳이
며느님을 말하자면
흉 볼 것도 없고
사리판단이 분명해
감성에 뒤엉켜 판단 장애를 가진 나를
속시원하게 판단하게 하는 법대 나온
박사 며느님이다
오히려 나를 이해하는
그러며
손주 들에게 시낭송을 시키고
시를 쓰게하고
봉숭아꽃물을 들여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그거로
나를 최고의 시어머니로 여긴다
아니 이름을
정확히 찾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단다
같이 여름휴가를 가자고
해운대 한화리조트를 잡았다가
코로나여파로 취소하고
가장 안전한 꽃섬으로 들어왔다
캠핑 오는 것 처럼
먹을 걸 준비하고
간식 컵라면
수영복까지 준비해 와 간이 풀장을
만들었다
거기까지야 흡족했다
그런데
청소기까지 들고 왔다는거다
수시로
청소기를 돌리고 닦고
설거지를 하고
정리정돈을 한다
시골집이 빛나기 시작한다
나 와는 정반대다
나는 그냥 살자는 주의인데
며느님은 반짝거리니 상쾌하단다
박사과정 까지
장학금만 받았다는데
청소하는 법을 배운건지
하여튼 속은 시원하다
시어머니와 소맥 한 잔 하는 걸 좋아하고
그러다 그래도 아무리 간단하다 해도
암 들어가는 수술하셨는데
건강 잘 챙기라 쫑알거리고
술 안 마시는 시아버지를 살살 구슬러
소주를 사러 가게하는 ᆢ
아들이 대학 1학년 들어가서
9년을 만나고 결혼한지 10년 됐으니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들은
절대
법대 나온 여자랑 결혼 하는 거
아니라지만
나는
딸 없는 집에서
남매낳고
웃음 피우느라 애쓰는
며느님에게
그러니 살이 안 붙는다고
늘 많이 먹으라고 한다 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