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울컥
비단모래
2020. 6. 12. 22:08
생방송을
끝내면 입이 쓰다
별 표현은 않하지만 두 시간
밖에서 내 원고를 가지고
방송하는 MC의 발음에
원고 해석에 신경이 쓰인다
MC의 에드립과 조화가
잘 맞으면 더없이 행복하다
오늘
클로징온
다시 쪽지로 넣어주었다
어미처리가
머리칼을 곤두서게 했지만
마음을 쓸어내리고 손 흔들며 나왔다
금요일 이니까
주차장에 0순위가 환하게 웃고 있다
^수고했어^
내 노트북 가방을 받아든다
^배 고프지 ㆍ만두 사왔어^
대전에서 가장 맛있다는 만둣집 만두
^좀 있다 커피 사줄게 ^
애들 어려서 부터
고속도로 휴게소를 한 번도
지나치지 않는 사람
애들 좋아하는 햄버거부터
아내가 어떤 커피
어떤 우유 ㆍ어떤 과자를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
달려가더니
커피와 바나나맛 우유를 사오더니
배고픈데 얼른 먹으란다
만두를
참 좋아하는데
한 입 베어무는데
울컥 올라온다
무한 주기만 하는 사람인데
나는 왜 그렇게 짜증을 낼까
여섯 살 많다고
무조건 이해하려 하는데
코로나19로
모든게 멈춰
혹시 의욕을 잃을까 걱정이다
조금만 넉넉하면
모든걸 베푸는 사람인데ᆢ ᆢ
꽃섬에 가고 있다
실은 나도
치유 받을 곳이 필요하다
그가 멈추어 있는 동안
내가 갖는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내가 경제적인 책임은 지지 않지만 그의 책임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표시는 내지 않지만
가끔은 어려워 보이기도
하니까 ᆢ
내가 가꾼 꽃섬
피어나는 꽃들에게
마음 쏟아놓고
오면
나도 잠시 꽃이 된다
어둠이 천천히 다가오고
꽃섬이 다가오는 길 ᆢ
익숙하고 늘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