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시간의 흔적

비단모래 2020. 3. 20. 13:09

 

 

#시간의 흔적

 

 

시간은 무얼 남길까

모양도 색깔도

향기도 없으면서

흔적만 남긴다

 

사람에게 생로병사를 남기고

나무의 나이테를 남기고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을 남기고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그냥 똑똑 낙숫물은 바위를 뚫고

몽돌은 동글해지고

동굴속 석순은 억만년 자라고

닳아지고 낡아지고 해지고

다시 새 순 돋고

꽃피고 지고 낙엽지며

돌아가는게 시간의 순환이다

 

그러며 사람은 각자

자신의 시간에 맞게

무언가 배우고 연마하고

숙련되어가고

 

탱탱하던 피부에 물기마르고

갈라지고

머리 희어지며

시간이 소진되어간다

 

시간이 끌고가는 물리적 힘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고

그 시간은 그 누구도 멈춰세울 수 없다

 

시간앞에 너무도 미미한 사람

아무리 큰소리쳐도

세월 이기는 장사 없고

그 시간이 허락한 정지선에 가면

시간은 흐르더라도

사람은 서야한다

 

코로나19는 참 무료한 시간을

흘러가게 했다

그렇다고

통장에서 빠지던 것들도

정지된 것이 아니다

제 날짜 되면 어김없이 가져간다는

소리를 남기고 잘도 빼간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가는 모래

그 느낌이다

 

무작정 그 시간을 그렇게 있기는

그랬나보다

0순위는 일주일에 두 번씩 시골에 갔다

그리고 지게지고 산을 올랐다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했다

톱질소리가 났다

무료하게 흐르던 시간을 마디마디 잘라냈다

그리고 시간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조각가도 아니어서 별다른 도구가

있는것도 아니다

과일깎는 과도

문구점 조각칼 ᆢ그리고 톱

낫ᆢ사포ㆍ니스ᆢ뭐 이런게

전부였다

 

시간을 그리는 표본도 없이

머리가 시키는대로

손이 시키는대로

마이크를 쥐던 손으로

빛나던 구두신고 무대에 오르던 발엔

털신을 신은 채

멋진 무대복대신 작업복 점퍼로

빨간 코팅이 되어있는 면장갑 끼고

그는 시간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시간의 흔적은 부엉이를 낳았다

처음 치고는 꽤 그럴싸했다

 

나는 옆에서 박수치며

좀 과하다 싶게 찬사를 보냈다

 

^대단해 대단해 대단해^

 

자꾸만 개학이 미뤄지는 불안함속에

그에게 시간을 백지처럼 흘리지 않을

다른 소통통로가 생겼다는게

그냥 나는

좋을 따름이다

 

중소기업이나ᆢ

영세 사업자들에게

무슨 대책을

세워준다는 반가운 뉴스도

우리 0순위같은 사람에겐

아무런 대책도

되지 않지만ㆍㆍ

 

내가 0순위의 대책이

되었으면 하는ᆢ

그런 바람이다

 

(0순위 첫작품 괜찮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