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매화가 피었디
좀 늦었지만
우리집 매화가 피었다
딱 한 그루
해마다 5-6kg의 매실을 안겨주는
매실나무는
내가 이 집에 온 만큼 나이를 먹었다
매화가 피면 봄이다
봄이면 밭을 새로 갈고
씨를 뿌리듯
내가 하는 일도 개편을 한다
3월23일
봄 개편이다
내 삶
내 심장
내 호흡의 전부
30년
그렇다면
몆번의 개편을 했을까
중간에 쉰 적도 있지만
적어도 50번 이상은 갈아엎었다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
유산슬의 노래
사랑의 재개발이 마음에 안착한다
늘 싹 다 갈아엎고 싶던 개편처럼
내삶도
갈아엎고 싶던 때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머리에 과부하 걸리며
개편을 해봐도 결국 그자리
내 삶도 늘 그자리
시계가 그렇게 일정하게 그렇게 돌 듯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이라면
나이테만 늘어간 것
지금은 코로나19로
시낭송 교실 2개가
멈춰있다
개강 날짜를 가늠도 못하고 있다
취미로 하는 일
시낭송ㆍ합창ㆍ캘리ㆍ스피치
도 멈추었다
다행이 방송에서 시 소개하는 일과
월ㆍ수ㆍ금 3일 오전
조심스럽게 사회복지일을
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시골집을 가꾸고 있다
주로 호미로 풀을 뽑는다
지금은 묵묵히 감당 해야한다
주변에서는 내게
너무 많은 일을 한다고 한다
워낙
골골거리기 때문이다
여섯번의 수술로
정기겅진을 받으며
사는동안은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일을 할 때는
이상하게 아프지 않다
아니 어떤 행사나 어떤 일에
몰입할 땐
0순위의 표현에 의하면
^그분이 왔다^고 한다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눕는다
그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서 그냥 엑스레이를 찍다
뒤척이다
졸다
그러고 있다
그러며
어지럽네
머리아프네
고구마구워달라
우유달라
0순위에게
보챈다
그런데
일 하면 씩씩해진다
오래
작가일을 했다
아마 대전에서 최고령(?)아닐까
91년에 시작했으니
참 오래되긴 했다
아직도
나는 울타리 없는
바람 숭숭 스치는
프리랜서의 길을 걷지만
그 길이 좋다
아직 나를 선택해 주는
방송이 있다는 게 좋다
최첨단의 길을 걷는
방송이
나이 든 내 감성을 고마워하고
필요로하는 게 감사하다
정신 연령에
정년이 없다는 게
좋다
매화꽃이 피었다
이제 좀 더 바빠질 것이다
시골집 화단에 피어날 튤립ㆍ백합ㆍ매발톱
다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태풍 소식이다
언제 우리 삶이 고요한 적 있었던가
태풍은 무언가 휩쓸고 지나갈 것이다
이왕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싹 다 갈아엎고 지나가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주 월요일 부터
나는 다시
노트북과 내 머릿속에 저장된
수 많은 세상이야기와
붉은 온 에어 불빛과
사랑에 빠질 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