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문풍지 같은 사랑

비단모래 2013. 11. 19. 22:37

 

 

 

대추 한 알

장석주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린 몇 밤

저 안이 땡볕 한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나무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

고문님

충리동 행복길 벼룩시장 축제에 낭송할 시를 찾다가

고문님이 문득 떠올랐지요

누르기만 하면 툭! 하고 떨어지는

고문님 시

지하철에 서있는 시집 자판기 같아요

덕분에 행복한 시낭송을 했습니다.

장석주 님의 대추 한 알 이란 시를 보면

고문님이 떠올라요

몇 시간 만에 나온 시 같지만

그게 아니란 걸 너무 잘 알지요.

별것 아니지만 이 과반이 거실에 자주

등장했으면 좋겠어요.

가족들과 둘러앉아 웃음꽃 이야기꽃

많이 피웠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너른 품으로 시낭송협회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세요.

 

2013년 11월19일 사랑과 기대를 품으며

이♥숙 드림

 

아..

곱게 접은 푸른 한지 편지지에

한지로 만든 과반을 내밀던 그녀

가을 끝자락 가슴에 파고들던 바람을 막는

문풍지 같았다.

 

고맙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