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꽃
우리에게 막연한 행운을 기다리는 마음은 무엇일까?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시작하고
배부르게 밥 먹고 웃고 하는것이 행복인데
꿈꾸는 행운은 또 무엇일까?
산에 오르며 길가에 풀꽃까지 아름다운 계절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계족산 오르는 길 망초꽃 다복하다.망초꽃도 무리지어 피니 예쁘다.
어린시절 망초꽃 하나로도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굴뚝 옆 양지바른 곳에서 소꼽놀이를 했다.
바가지 깨진것을 동그랗게 오린 그긋, 밤 쭉정이로 만든 수저
그러다 간혹 병뚜껑이나 엄마 구리무 빈통이면 가히 멋진 소꼽살림이 되던 시절
풀뜯어 밥하고 반찬만들어 상을 차리던 그때
오빠 도시락에만 살짝 올라가던 계란 후라이 같은 꽃이 있잇었다.
오빠는 도시락 뚜껑을 열어 내 밥그릇에 올려주고 환하게 웃었다.
엄마는 변변한 반찬도 없는 오빠 도시락에 그나마 계한후라이 하나로 마음을 놓으셨을텐데
그것마저도 동생에게 나누고 가는 오빠를 애잔하게 대견하게 바라보셨다.
공부하느라 힘들텐데...
어린 동생은 오빠의 고단함도 모른채 맛잇게 먹었다.
어린동생의 소꼽상위에 오빠는 학교갔다 오면서 이 망초꽃을 뜯어다 주었다.
소꼽상은 환하게 꽃처럼 피었다.
오빠..계란후라이 먹어
동생이 내밀면 오빠는 맛있게 냠냠 먹었다.
아버지 계란 후라이 드세요
딸이 내밀며 아버지도 맛있게 드셨다.
친구도 없는 산골동네에서 혼자노는 어린 동생 ..어린 딸에게
사방의 풀꽃은 친구였다.
그걸 안 오빠와 아버지는 이쁜 꽃을 따다 소꼽놀이 상에 올려주셨다.
감꽃을 목걸이 처럼 실에 꿰어 걸어주셨고
달개비꽃 찔레꽃도 예쁜 밥상이 되었었다.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
50여년 전의 일이니 말이다.
아버지는 여든 여섯이 되셨고 오빠도 내년이면 육십이다.
아버지와 오빠는 그때 내가 참 행복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실까?
꽃과 함께 놀면서 사랑을 익힌 그때가 있어
지금 이렇게 풀꽃이 이쁘다는 걸 알게 하셨으니..
망초꽃 보다는 계란꽃으로 기억하는 나는
산길에 소복하게 핀 계란꽃에 마음이 간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