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새벽은 찾아오고..

비단모래 2011. 8. 25. 04:07

 

남편이 월요일부터 본사로 출장을 가고

적요한 집에 나 혼자다.

아니 어젯밤 어떻게 들어왔는지 매미한마리가 들어와 거실에서 날개를 파닥인다.

거실등에 붙어있어 밖으로 내보내지도 못하고 나와 밤을 보냈다.

잠 오지않는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맞았다.

3시40분이 지나고 있다.

 

나는 아버지의 글씨를 좋아한다.

아버지를 뵙기만 하면 괜히 아버지 이글씨좀 써주세요.저 글씨좀 써주세요 한다.

그 글씨를 간직하고 싶어서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나중 아주 그리울때 체취를 맡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시원스레 건너가는 붓끝에서 아버지의 기상을 읽고 마음을 읽는다.

어제 병원에 가기전 아버지께 말씀언변에 이룰성자를 한 정성성자를 써 달라고 했더니

써 주셨다.

그런데 괜히 타박했다.

아 아버지 다시 써주세요.

했더니 그러마 하셨다.

주말에 다시올테니 잘 써달라고 했다.

 

나 어린시절 벼루가 구멍나는 걸 보았다.

아버지는 세상에 나가지 않으셨지만 국전 초대작가인 제자도 배출했고

지금도 공부하러오는 제자들이 참 많아서 아버지 생을 즐겁게 보내신다.

 

아버지는 군자삼락중에 가르치는 즐거움을 누리고 계신다.

  

군자삼락(君子三樂)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공자의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맹자는 군자삼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나 천하의 왕이 되는 것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다.

부모님이 모두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굽어보아 다른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군자에게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나 천하에 왕 노릇하는 것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다.“

 

맹자가 말한 세 가지 즐거움 중에서 첫 번째 즐거움은 우리 인간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 주는 것이다. 부모의 삶은 자식이 원한다고 하여 영원한 게

아니므로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즐겁다는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즐거움은 하늘과 땅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강조한 것으로, 스스로 인격 수양을 통해서 가능한 즐거움이다.

 세 번째 즐거움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배푸는 것으로,

어떤 즐거움을 혼자만 누릴 게 아니라 남과 공유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맹자는 세 가지 즐거움을 제시하면서 왕이 되는 것은 여기에 들어있지 않음을

두 차례나 언급하여 강조하였는데, 이는 의미 있는 말이다.

맹자가 말한 세 가지 즐거움은 우리 삶을 유익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께서 늘 말씀 하시는 마음..

마음심

 

우리집 가훈인 화이불류

 

섞이되 흐르지 말라.

참 힘들고 어려운 말이지만 아버지의 고요한 성품과는 맞는 교훈이시다.

제대로 지키며 살아오진 못했어도 늘 아버지 말씀을 새기고 살았다.

심하게 성내지 않았고 분노하지 않고

또 어느편에 쏠리지 않았고 사회나 직장이나 가정이나

치우치지 않으려 노렸했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 노렸했다.

 

그러나 부족함이 너무 많다.

아버지 가르치심 대로 살아오지 못한게 너무나 많다.

 

참으로 사랑 많으신 아버지

위로 오빠둘을 낳고 나를 낳으셔서 이 딸을 안고 업고 기르시고

지금 오십 중반을 걷는 딸을 이직도 그윽한 마음으로 바라보신다.

 

밥 먹어라.. 힘들게 하지마라.. 애비 위해서는 돈 쓰지마라..

어찌...그러실 수 있을까?

나도 내 아이들에게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아버지의 몸이 나빠지고 계시다.

 

나는 무얼해야 하는지...모르겠다. 지금은 그저 허둥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