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계족산 ...아버지의 사랑처럼

비단모래 2011. 8. 10. 11:24

 

 

어제 오후 퇴근 길

모처럼 구름 걷힌 하늘을 만났다.

하루종일 지루하게도 비는 내리더니 비 그치니 산뜻하다.

정지선에서 핸드폰을 찍은 하늘.

 

그러고 보면 우리는 바쁘게 달리더라도 빨간불이 둘어오면 잠시 서야한다.

그게 규칙이고 서로 말하지 않더라도 지켜야 하는 법이다.

그 법을 어기면 혼란이 오고 사고가 날 수 있고 나중에는 수습 불가능 할 때도 있다.

 

지난주 수요일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충대병원을 갔었다.

연세가 드셔서 인지 전립선에 문제가 생기신 것 같다.

나는 남자가 아니고 또 그 증상이 어떤것인지 알지 못하지만

남성들이 나이가 들면 뭔가 불편한 일이  생기나 보다.

시아버님도 벌써 몇년 간 약을 드시고 계시니 말이다.

 

지난주에 여러가지 검사를 해놓고 오늘 결과를 보러 다녀왔다.

폐도 괜찮고 고혈압 당뇨도 없고 한데..소변에서 피가 검출됐다고 CT를 찍자고 했다.

아버지는 나이들어 그러니 안하시겠다고 그러신다.

나이들어 이것저것 검사하는 것도 뭘 오래살겠다고 그러나 하고 눈치 보이는 일이라 하셨다.

 

의사 선생님은 아버님 연세가 85세인데도 70세 같아보이시니

검사하고 건강하게 사시는게 좋다고 하셨다.

그검사도 아무나 하지않는다고 앞으로 10년이상 사실 것 같으니 하자고 하자

아버지는 그러겠다고 하셨다.

 

지난주에 아버지 병원비를 내가 조금 냈더니 그예 병원비를 주셨다.

병원비라 하지않으시고 생일에 아무것도 못해줬으니 밥 사먹으라고 주신것이다.

아니라고 했지만 그러면 병원 안다니신다고 하셔서 안받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정말 병원비가 얼마 들지 않았다.

딸로써 친정아버지께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걸로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인데

오늘도 아버지는 돈을 내미셨다.

 

"너는 큰며느리로 시아버지 모시는데도 돈 많이 드는데 나까지 그럴수 없다"고 하셨다.

"시아버지께 쓰니까 친정아버지께도 마음놓고 쓸 수 있다" 해도

그 돈으로 친구들과 맛난거 사먹으라고 하신다.

 

또 받고 말았다.

어쩌면 그렇게 자식에게 조금의 신세도 지지 읺으시려고 할까?

 

돌아오는 길 비처럼 안타까움이 흘러내렸다.

 

 

 

어제저녁 혼자 계족산을 올랐다

비가 그쳐 푸름이 더했다.

계족산 오르는 입구에 대덕구 보호수인 느티나무 한그루가 아버지처럼 큰 그늘을 펼치고 서있다.

 

샘과 함께한 읍내동 느티나무

□ 소 재 지 : 대덕구 읍내동 517-51번지

 □ 나무소개 : 수령 약 370여년, 수고 16m, 가슴둘레 5m

 

옛날 나라를 잘 다스리던

임금이 후손이 없어 근심하던 중 왕비의 꿈에 한 노승이 나타나 깊은 영산에...절을 짓고 백일기도를 하면

소원하는 왕자를 얻게 될것이라는 암시를 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그후 명산기도처를 물색하다회덕 계족산에 기도처를 발견하고

간절한 기도끝에*청룡이란 왕자를 낳았다고 한다.

그후 그곳에 용화사란 절을 짓고 유래깊은 용화사라 명하였는데

용화사 가는 길목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이나무는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도랑옆에 암반임에도 불구하고 오랜세월 풍상을 이겨내고 있는데

용화사 부처님이 지켜주신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태풍에 피해를 입어 외과 수술을 하고도 잘견디는 느티나무처럼

친정아버지도 여러가지 검사를 잘 마치시고 이 느티나무처럼 넓은 그늘을 펼쳐주시기 바란다.

 

 

 

 

 

 

 

계족산 가는 길에 무궁화도 피었다.

흰색 무궁화.

백의 민족처럼 하얗게 꽃잎을 펼치고 있다.

 

역시 무궁화는 분홍색이 아름답다.

피고지고 또피는 무궁화의 끈질김처럼

우리아버지도 그렇게 ..

아버지는 충대병원에 사후신체를 기증하셨다.

물론 어머니도 몇년 전 사후신체를 기증하셔서 돌아가신후 3년동안

의사들에게 명의가 되는 길에 몸을  바치셨다.

 

아버지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신다.

명의가 많이 나와서 아픈사람들을 고치는데 쓰였으면 하신다고 오늘도 젊은 의사에게 말씀하신다.

허준선생의 스승 유의태님이 제자인 허준에게 몸을 준것처럼(실은 그것은 드라마상의 설정이라고 하지만)

아버지의 몸이 많은 명의를 배출하는데 헌신된다는 것에 아버지는

의미를 두신다.

 

토란잎에 빗방울이 모여 은구슬을 만들고 있다.

그 지긋지긋한 비도 이렇게 토란잎위에 있으니 예쁜 모습을 하고 있다.

 

우리의 삶도 이렇게 ..어디에 있든 빛나기를 바란다.

아버지도 ...건강하시기를 기원하면서

계족산 우람한 정기를 아버지께 보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