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생일을 앞두고 ..나는..

비단모래 2011. 7. 29. 00:04

 

 큰며느리 친정어머니

그러니까 뒷동에 사시는 사돈 마님께서

내 생일 이라고

옷 한벌을 선물 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딱 만나

며느리는 이걸 사서 친정어머니께 보여서 오케이를 받았다며

어제저녁 가지고 왔다.

 

사돈이지만 언니 같으신 분

나까지 챙기시느라 힘드시겠다.

 

그러고 보니

복중에 생일이다.

 

나는 58년 양력으로 8월15일에 태어났다.

생일은 음력으로 지내지만 나는 8월15일에 태어난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광복절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된 날

그래서 나는 늘 자유를 꿈꾸고

 

해방

마음의 해방을 추구하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살아왔다.

 

내가 태어나던 그해도 비가 무척 많이 내렸다고 한다.

대평리 다리가 떠내려갔다고 하니 가히 짐작하겠다.

 

어렸을때 나는 주워온 아이 인줄만 알았다.

작은오빠가 나를 다리밑에서 주워왔다고 놀렸다.

비가 많이 와서 물구경을 갔는데 조그만 상자하나가 떠내려오더란다.

그걸 주워 왔는데

그안에 조그만 아가가 들어있었단다.

그게 나였다.

 

그말을 믿었던 적이 있었다.

선비아버지 대신 돈을 벌어야 했던 엄마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밥을 시켰다.

정말 밥하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

힘겨울 때마다 그래 우리엄마가 아니라서 일거야

라고 서러워 했다.

 

3학년 겨울 어느날 오빠들 오면   국수를 삶아서 먹으라고 엄마는 국수를 사다놓으셨다.

한번도 국수를 삶아본 적이 없는 나는

두꺼비집을 닫은 연탄불위에 물을 올려놓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물을 끓지않았고

그곳에 국수를 그냥 넣고 말았다.

 

오빠 둘, 나..그리고 어린동생은 국수가 끓기만을 아무리 기다려도 끓지않아

뚜껑을 열어보니 국수는 간데없고 흰 풀만 가득했다.

큰오빠는 배고프니 그냥 그거라도 먹자고 했고

우리는 둘러앉아 그것을 퍼먹었다.

 

조금 먹으니 못먹겠다고 한 오빠들은 이걸 그냥 보이는데 버리면

어머니께서 속상해 한다고 삽으로 땅을 파서 그걸 묻었다.

그리고 어머니께는 배부르게 먹었다고 했다.

 

나는 서럽게 울었다.

국수 하나 못 끓이는 주워온 나는 도대체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해는 참 유난히 추웠다.

 

나중 철이들어서 작은오빠와 겨우 두살차인데 2살짜리 오빠가 어떻게 나를 강물에서 건져낼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고

아버지는 내가 속상해 할때마다 엄마가 낳은 딸이라고 강력한 편이 되어 주셨다.

 

그래서 안심했다.

나는 엄마 딸이야. 아버지 딸이야..

 

시골에서 살 때는 아버지 무릎이 언제나 내차지였다.

오빠들이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을때도 나는 아버지 품에 안겨있었다.

나를 조그만 건드려 울려도 오빠들은 야단을 맞았다.

내 생의 황금기가 시골에서 살던 9살때 까지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도 아버지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차디찬 도시는 선비집안을  빈곤한 살림살이로 만들었고

늘 연탄은 꺼지고 쌀통은 늘 비었었다.

 

참 아득하다.

 

오늘 병원에서 온 동서와 저녁을 먹었다.

어제도 동서와 함께 먹었다.

아마 내일도 같이 먹을 것 같다.

 

이대로 이대로

동서와 함게 였으면 좋겠다.아프지만 이대로..

동서를 집에 바래다 주고 오는데 봉투하나를 내밀었다.

"형님 생일 축하하고 맛있거 사드세요

늘 형님께 받기만 하네요"

 

아..아픈 동서에게 선물을 받다니..가슴이 뜨겁다.

 

생일을 앞두고 나는 엄마를 생각한다.

염천땡볕에 나를 낳으신 엄마

생일날이 되면 소쿠리 가득 빵을 사주시던 엄마

그리고 어느날은 햇밀밥을 해주셨던 엄마.

그 고소하고 톡톡튀던 엄마의 밥상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엄마 잠들어 계시는 소영원에 다녀와야지.

가서 알아 엄마 ? 엄마 딸 생일?

소주 한잔 부어놓고 노래라도 부르고 와야지.

 

그리고

엄마 만약에 할 수 있다면...

지금 내가 바라고 있는 것 엄마는 해 줄 수 있지? 하고 기원하고 와야지.

엄마!! 하고 부르면

와이 우리 딸 하던 엄마

 

엄마 딸 생일이 돌아오네요..벌써 쉰 네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