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여행...그리고 그 흔적

비단모래 2011. 4. 20. 22:34

 

30여년 한직장에서 근무하고 정년을 앞둔 조금은 마음시린 사람들

남편의 회사동료들과 함께한  정년 위로 여행

소하리 광주 대전에서 모인 12쌍의 부부들은 인천공항에서 만나 캄보디아로 날아갔다.

처음엔 서로 서먹하기도 했지만 한 회사의 동료라는 점에서

그리고 함께 굴곡의 세월을 넘으며 정년을 맞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곧 가까워졌다.

 

젊음을 바치며 한직장에서 함께하며 지나온 세월

가정을 눈부시게 가꾸려 애쓰던 세월

아이들을 기르고 부모형제들을 보살피게 만들어준 직장에서

이제 12월까지 8개의 월급봉투가 남았다고 애써 아쉬움을 감추던 남편들

 

하지만 몇번의 위기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정년을 맞을 수 있는 것이 무한 감사하다는 남편들

 

여행길에서 잠시 시간이 났을때 버스안에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했던 말을 하라고

가이드가 권하자 모든 남편들이 아내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하며

장미꽃 한송이씩을 안겨줄 때

가슴이 찡하고 지나온 세월이 주마등 처럼 스쳐갔다.

 

이 남편들이 아니었으면

1달라를 외치던 그 어린 눈빛들에게

그리고 덥고 습하고 똘레샵 수상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보고

나는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아니 간간 불평도 있었으리라

그러나..그것 역시 무한 사치였음을 깨닫게 해준 이번 여행

 

정년을 앞둔 남편들의 고민과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모두 아닌척 하지만 거대한 울타리가 지켜주던 그 안온함에서

벽 없는 세상에서 헤쳐가야 할

제 2의 인생에 대한 새로운 지도를 그린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두려운 일일까?

 

모두 건강하자고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다짐하지만 건강 또한 자신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그냥 지금은 남편들의 가슴을 위로하고 싶다.

수없이 사표도 내던지고 싶었을테고

수없이 울화도 치밀었을 30여년의 세월을 잘 견디고

우람한 기둥으로 서있어 준 것에 감사하자.

 

졸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들었듯이

정년은 이제 새로운 삶을 향한 시작으로 받아드리고 싶다.

그 구상의 길에서 다녀온 캄보다아 여행은 새로운 삶의 지표가 되지않았을까?

모든 걸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행을 마치고 나면 사진과 약간의 기념품만 남는다

그리고 머리속에 저장된 기억들이 남는다

참 힘들기도 했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다녔던 캄보디아

1달러만...하면서 어린 손을 내밀던 그들

어린 젖먹이를 안고 1달러만 하던 아기엄마의 그 눈빛을 잊을 수없어

그 밤 잠까지 설치게 했던 기억도 남았다.

 

여행하면서 모으는 촛대

캄보디아의 어느 백화점에서 샀는데

백화점 풍경이 참 어색하기만 했다.

촛대를 파는 점원들은 손님이 갔는데도 카드를 치면서 돌아보지도 않았다.

이 촛대를 내밀자 계산기를 두드리며

신문지로 둘둘 쌌다. 근사한 포장도 없이 신문지에 말려 대한민국으로 왔다.

 

그러나 그 또한 그곳의 문화려니..

 

 

캄보다아에 갔을때 마침 캄보디아의 설 연휴가 끼여 있었다.

가게들이 다 문을 닫아 기념품하나 사기가 어려웠다.

이건 따쁘롬을 다녀오는 길에 한 청년이

핸드메이커 오만원 오만원을 외치며 따라왔다.

 

안산다고 하니 사만원

그더더니 삼만원

 

그러더니 이만원

 

.

그래도 사지말라고 어떻게 가져가냐고 말리는 나에게

남편은 30분이상 따라다니는 그 청년의 눈빛때문에 사야한다고 했다.

눈빛을 보기 민망하다고 2만원을 내밀었다.

 

집에와보니 겨우 이것남았다.

 

아마 오래도록 그 청년을 기억할 것이고 캄보디아를 기억하게 할 흔적이 될것이다.

 

 

더워서, 너무 많이 걸어서

그리고 환경이 그래서 다시는 안오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으나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한번 가보리라는 생각이 벌써 앞장선다.

 

가이드 박정호씨는 마지막 우리들에게 부탁했다.

대한민국에 돌아가서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그리고...건강하라고...

 

아  박정호가이드의 달변도 기억속에 오래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