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추억의 장 담그던 날

비단모래 2011. 3. 4. 15:27

 

큰아이 내외와 점심을 먹고 채원이는 큰아이들이 본다고 데리고 갔다.

꽃샘추위라지만 봄은 벅차게 다가온다.

화단의 새싹이 쏙쏙 올라오고 있다.

 

오늘이 음력 정월그믐이고 말날이라서 오늘 장 담그기 좋은 날이라고 한다.

 

손 없는 날,,

손'은 '손님'을 줄인 말로, 이때는 악귀 또는 악신을 뜻한다.

  즉, 예부터 '손 없는 날'이란 악귀가 없는 날이란 뜻으로, 귀신이나 악귀가 돌아다니지 않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길한 날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날에 이사 또는 혼례날,

 장사 등의 개업하는 날 등 주요행사 날짜를 정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반대로, '손 있는 날'은 악귀들이 그 날짜와 방향을 바꿔 옮겨다니면서 인간사에 손해을 입히거나,

 

훼방을 놓는다고 믿어, 이 날에 주요행사를 치르거나 이동을 꺼린다.
음력으로 초하루/초이틀, 즉 끝 수가 1ㆍ2일인 날에는 동쪽,
초사흘/초나흘, 즉 끝 수가 3ㆍ4일인 날에는 남쪽,
초닷새/초엿새, 즉 끝 수가 5ㆍ6일인 날에는 서쪽,
초이레/초여드레, 즉 끝 수가 7ㆍ8일인 날에는 북쪽에서
귀신이나 악귀가 활동하는 날로 여겨 이날을 피하여 택일을 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손 있는 날'에 집을 수리한다거나, 이사를 하거나, 멀리 길을 떠나면

손실을 입거나 병이 나는 등 큰 해를 입는다고 믿는다.
따라서 '손 없는 날'은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하여 움직이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손' 있는 날을 제외한 날과 어느 방향에도 악귀가 활동하지 않는

 음력으로 끝 수가 9ㆍ0일인 날, 즉 9일과 10일, 19일과 20일, 29일과 30일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조상들은 장을 담글때도 이렇게 좋은 날을 정해서 정성스레 담그셨다.

내 어머니도 그러셨다.

장담그는 날 아침 일찍 숫들바탕에서 깨끗한 우물물을 길어오셔서

체에다 깨끗한 보를 깔고 천일염을 걸러 놓으셨다.

그리곤 소금물이 가라앉을 동안 겨울동안 윗목에서 달려있던

쾌쾌한 냄새를 풍기던 메주를 솔질해 깨끗하게 닦아놓으셨다.

고추 깨 숯 버선을 준비하셨다.

 

항아리를 짚으로 소독하신 후

메주를 넣고 풀어놓은 소금물을 부어놓으셨다.

그리곤 그위에 숯 깨 고추를 넣어놓으셨다.

 

항아리 가에는 금줄처럼 줄을 쳐놓으시고

고추 숯 솔가지를 걸어놓으시고 정갈하게 보관하셨고

버선코를 밑으로 가게 걸어놓으셨다.

잡귀를 막는다는 뜻이라 하셨다.

 

어린시절 그모습을 봤지만 어머니의 모습은 거룩했다.

흰 광목 앞치마에 서린 빛은

우리집안의 장맛을 지키려는 비장한 결심이셨다.

 

결혼해서도 20여년 어머니 된장을 가져다 먹었다.

그러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는 휘청였다.

간장 된장 고추장 어머니 손맛에 길들여져

아무것도 맛있지 않았다.

음식을 하면서 어머니를 얼마나 불렀는지 모른다.

 

엄마---

그리운 엄마

그리운 맛의 원천인 엄마..

 

이제는 아득한 그리운 모습이 되고 말았다.

내일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전의 생신이다.

그립다.

 

내일 엄마 산소에 다녀와야 겠다.

엄마계신 소영원에도 봄은 오고 있겠지.

장 담그던 그날 잊지않고 계실까?

우리엄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