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운보의 집

비단모래 2010. 5. 30. 17:53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듣지 못한다는 느낌도 까마득히 잊을 정도로
지금까지 담담하게 살아왔습니다.
더구나 요즘 같이 소음공해가 심한 환경에는
늙어갈수록 조용함 속에서 내 예술에 정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오히려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이제 고인이 된 아내의 목소리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게 유감스럽고, 또 내 아이들과
친구들의 다정한 대화소리를 들어보지 못하는 것이
한(恨)이라면 한(恨)이지요.


예술가는 늙으면 대자연의 품에 안겨 자연의 창조주와
끊임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늙어가면서 하늘과 대화를 나누며 어린이의 세계로
귀의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날더러 마지막 소원을 말하라면
“도인이 되어 선(禪)의 삼매경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
입니다. 
                 -운보 김기창

 김기창 화백

산수화와 인물화 등을 폭 넓게 넘나들며 힘 있고 호방한 화풍으로 현대 한국미술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사람이다.

 1만 원짜리 지폐에 세종대왕 얼굴을 그리기도 하였다. 최근에 친일파 논란이 불거지고 있기는 하나 일곱 살 때

장티푸스를 앓아 청각을 잃은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란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끄는 인물이다.

활달하고 역동적인 그림도 그림이지만 전시장 입구에 적혀 있는 그의 말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우리가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서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운보 김기창 화백은 말할수 없는 안타까움을 화폭에 쏟았다.

그의 삶을 돌아보고 오면서..나는 또 내 젊은 날의 가장 마지막날을 아름다이 말한다.

 

네가 있어서

내가 너에게 기억되어서

아름다운 하루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