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詩)

급류-오세영

비단모래 2010. 5. 6. 17:06

급류

     오세영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

때로 웃기고 때로 울리는 감정처럼

어제런 듯 화사하게 꽃피웠다가

금세 싸늘해져 낙엽으로 내리는 대지의

물,

가능한 속내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수록 좋다.

안으로, 안으로 모두어

든든한 제방에 가두어 두어야 한다.

그 수맥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감정 깊은 골은 언제인가 반드시

무너져

홍수를 일으키니까.

 

                     월간문학 201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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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영(吳世榮, 1942년~ )

전남 영광에서 출생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에 〈새벽〉이, 1966년 〈꽃 외〉가 추천되고,

1968년 〈잠깨는 추상〉이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반란하는 빛》,《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무명 연시》,《꽃들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 녹원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서울대 교수를 역임하였다.

 

 

 

물처럼 유연한 것은 없다. 그리고 물처럼 본래의 본질을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

물은 가장 낮은 곳에서 흐르고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습성이 있다.

물은 어느 그릇이라도 담겨 제 모양을 낼 줄 알고 막히면 돌아서 가고

 땅속으로 스며들 줄 아는 겸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물에도 분명 뼈가 들어있다. 유연하지만 엄청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오세영의 시 급류는 우리에게 무서운 경고를 던져주고 있다. 잔잔하고 유연하고 순한 물이 아니라

그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물을 잘 관리해야 한다.

다산 선생의 말씀에 .. 나랏님은 ..백성들 을 배불리 먹이고 .. 백성들이 마음 편히 살게 해주고 .

치산치수 잘 관리 하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라고 하였는데.....

우리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물을 다스리고 있는 것일까?

개발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물이 원하지 않는데도 물길을 내는 것이 아닌가.

물은 평소에 제방을 잘 쌓아서 활용하면 고귀한 생명수가 되지만 '수맥'(제방),

 '감정 깊은 골'을 잘못 건드리면 '급류'가 되어 홍수를 일으키는 하나의 무서운 재앙이 된다.

또 물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평소 사람과의 관계,

 부드러움 혹은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이성과 감정, 나와 타인, 수많은 존재자들에게 띄우는 일종의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