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사소한, 사소한 것에 대한 행복

비단모래 2010. 4. 8. 15:34

 

              유대인의 인생 지침서 <탈무드>에는 ‘부부가 진정 서로 사랑하고 있으면

            칼날만한 침대에 누워도

           잘 수 있지만 서로 반목하면 16m나 되는 폭 넓은 침대라도 비좁기만 하다’는 말이 있다.

           정말 맞다.

 

           이런 우스개소리가 있다.

           20대는 서로 포개져서 자고 30대는 서로 마주보고 자고 40대는 손만잡고 자고

           50대는 등돌리고 자고 60대는 하나는 방에서 하나는 거실에서 자고

           70대는 어디서 자는지도 모르고 80대는 하나는 집에서 자고 하나는 땅속에서 자고...

              

              결코 우스개소리가 아니다.

            그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사소한 일상에 관심을 가져야 하리라.

 

          

                나는 방송국 화단을 바라보고 걷는 걸 좋아한다.

물론 이사진은 우리집앞에 있는 계족산이지만 방송국 화단엔 아주 사소하지만 행복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커다란 전나무 연산홍이 심어져 있는 바닥에는 낮게 엎드린 냉이꽃 벌금자리꽃 그리고 파란 이끼가

몽글몽글 엎드려있다.

냉이꽃은 소담하게 군락을 이뤄 피어있어서 어떤 화려한 꽃보다 경이롭다.

벌금자리꽃..

왠지 씹으면 달큰한 벌금자리 맛일것 같은 하얀꽃도 너무 작아 보일듯 말듯 피어있다.

세심하기 눈길주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꽃이다.

 

이 꽃이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서

그 추운겨울을 견뎌냈다.

그래서 꽃이름를 불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네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

김춘수시인의 시처럼 내눈에 띄어서 꽃이된 냉이꽃 벌금자리꽃, 그곁에는 망초도 파랗게 힘줄을 돌리고 있고

내가 이름조차 알지못하는 몇까지 들풀까지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물론 눈에 확띄는 목련,벚꽃도 방송국에 피었다.

보는 순간 아..하는 탄성이 나오지만 이 작고 소소한 꽃들은 마음가득 행복을 가져다 준다.

 

이제 어느정도 나이든 남편에게 커다란 탄성보다는 정말 사소한 일상에 행복을 느낄때라고 생각한다.

-저기 내차 자동키 배터리가 떨어졌나봐-

하면 배터리를 갈아주고 자동차문이 아파트 13층에서도 열리는지 확인해준다.

 

-저기 손목아파-

하면 파스한장을 찾아다 붙여준다.

 

쪽집게를 들고 흰머리 장난 아니야하면서 내밀면

돋보기를 쓰고 머리를 뒤적이며 횐머리칼을 뽑아주면서

-없어..정말 없어..-라고 해준다.

 

대학원에서 늦도록 공부하고 있을때

-밥 안먹었지..밥 해놓을게-라는 문자가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게 한다.

 

아침밥을 먹으면 밥상을 들고가 그릇을 씻고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준다.

그리고 -  잘먹어-를 해준다.

 

아주 사소한 일상이..웃음나게 한다

내가 키우는 다육이를 매일 바라봐주고- 내눈에 뜨이면 사다줄게- 한다

그가 사올 다육이를 기다린다.

 

그러고 보면 나의 바람도 참 사소하다.

비싼옷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고 비싼 목걸이를 사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집으로 오는 홈쇼핑 잡지를 뒤적이며 이거 예쁘네 하면

-사-

그 한마다기 그냥 가슴에 꽃을 안긴다.

 

사소함에 대한 관심..그러나 사소하지 않은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