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비단모래 2010. 3. 31. 13:00

 

 

 

지난 주말 음력 2월12일

아버님 83회 생신이었다.

병원에 계시는 아버님을 모시고 서산 시누이댁으로 가서 생신을 보냈다.

아버님의 쇠약한 모습도 간간 즐거운 모습이 엇비쳤다.

 

여든세해

자신의 몸 돌보지 않고 살아온 결과가 이런 고통뿐

8남매 있다고  해도 아버님 몸하나 운신할 자식이 없다는 슬프고 외로운 삶..

 

오늘 3월 마지막 날

우리는 지금 숱한 죽음의 순간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웃을 일 하나 없는  막막한 시공에서 가까스로 마음을 붙잡고 있다.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날 것 같은 불안함

그 어려운 환경속에서 우리는 지금 힘내야 할것이다.

 

몇년전 나도 죽음을 결심한 적이 있었다.

비겁한 도망자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때는 눈에 보이는 것도 귀에 들리는 어떠한 소리도

내 삶을 잡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아니었다.

몸 구석구석은 썩은 새끼줄처럼 늘어졌고 팽팽하게 조였던 나사는 풀어져

나뒹굴었고 그저 머릿속 가득 죽음에의 무늬만 짜고 있었다.

 

연탄박스를 들여놓았다.

잠들지 않았다.

곁에서 아들이 울었다.

자라고 가슴을 두드렸지만 갑갑한 아기는 울었다.

 

결국 부스스 일어나 우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

나는 살았다.

 

그후 나는 또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새처럼 날고 싶었다.

13층에서  내려다본 마당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폴짝 뛰어내려도 될것같았다.

불안감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뛰어내리지 못했다.

아이가 쉬한다고 ...엄마 쉬...한마디가 귀속을 파고 들었다.

결국 창문을 닫고 아이에게 오줌통을 대주었다.

내가 없으면 쉬도 못할 아이

온몸을 통기브스하고 서지도 앉지도 못하던 아이

그 아들의 목소리가 내 삶의 끈을 쥐고 있었다.

 

그 아이가 지금 남자 간호사가 되었다.

그때 연탄불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면

그때 허공을 나는 일로 죽음과 가까워 졌더라면

엄청난 생의 고난에 대한 보상이 없었으리라.

 

아...나는 지금 살아가고 있고

오늘 3월의 마지막 날까지 삶의 끈을 붙잡고 있다.

그러며 기도하고 있다.

오늘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초인적인 힘을 불어넣어

아직은 이땅에서 살아가기를 기도하고 있다.

 

어제 만난 용이..

가슴 한쪽을 도려내고도 삶의 끈을 잡고서

'거봐 아무것도 아녀..걱정말고 살어..사는게 아름다운 거야'

그 말이 또 삶의 끈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