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방송작가 X파일..3월36일
20년간 방송을 하지만 방송은 늘 새롭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매일매일 새로운 주제로 방송하기 때문에
어제의 일을 잊고 늘 심기일전해서 새로운 방송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작가에게도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시기에 맞는 절기가 있고 행사가 있고 무슨무슨 날이 많기 때문에
몇년이 지나도 돌고도는 방송을 준비할 수도 있다.
요즘은 뜻하지 않은 기상이변과 황사 춘설등이 방송거리가 되고 있다.
내가 방송하는 20년동안 나는 참으로 많은 실수를 했다.
바로 어제..하하호호 퀴즈에서 크나큰 실수를 했다. 하루종일 얼굴이 화끈거리고
속이 상했다.
퀴즈를 폼나게 낸다고 냈는데 ..
요즘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을 앞두고 의사를 장군으로 부른다고 한다느니
100주년 우표를 만든다느니 안중근 의사에 대한 이슈가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안중근 의사는 독립운동가로 1879년 9월 2일 태어나 1910년 3월 26일 여순감옥에서
순국하셨다.
- 경력은1908년 대한의군 참모중장, 특파독립대장 .1907년 남포 돈의학교, 삼흥학교 설립
- 수상 으로는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으셨다.
이런내용을 방송하면서 오는 3월26일이 순국 100주년이라고 쓴다는 것이 3월36일 이라고 쓰고 만것이다.
MC는 원고 그대로를 읽고 나는 '3월26일인데..."라고 비명을 지르며 원고를 보니
내가 쓴 원고에 3월36일이라고 씌여있었다.
이게 무슨 귀신이 곡할 노릇인가!!
밖에 있는 피디는 아무리 36일이라고 썼어도 26일이라고 해야지..라고
나를 위로 했지만..얼굴이 화끈거렸다.
MC들에게 내 잘못이야..라고 시인했지만 속으론 정말 원망도 들었다.
두시방송원고를 12시면 다 쓰는데..
원고를 제대로 숙지않하고 간 MC들에게 원망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MC들은 순전 내 원고를 의지하고 방송하고 있는데..제대로 짚어주지 못함이 민망했다.
문자가 올라왔다.하하 우리36일에 만나요...등등
밖에서는 MC가 잘못 말한줄 알지만 이렇게 작가가 잘못 썼주었다는 걸 이해 했으면 좋겠다.
이뿐 아니다.
방송초창기..손으로 원고를 쓰던 당시..가지 많은 나무를 이라고 쓴다는게
가자 가운데 점하나를 찍어 자 자로 만들어
놓았던건 방송작가들에게 신화로 남아있고
주부가요열창을 할 당시 출연자의 남편이름을 잘못써서
노래하려던 주부가 우리 남편 이름 아닌데요..라고 하자 ..인상을 쓰던 이사님..
아..그때의 그 험악한 분위기란..ㅋㅋ
매순간마다 오프닝은 잘 썼는지
출연자 이름은 잘 썼는지
등등이 나에겐 참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3월36일
나에게는 또 잊지못할 에피소드가 되었다.
오늘은 이렇게 담담하지만 ...어제는 정말 나는 방송작가가 적성이 아닌개벼..라고
나 자신을 학대한 하루였다.
오늘 날이 밝았다.
나는 어제를 잊고 또 다시 오늘 방송을 준비한다.
아..오늘은 가수 하동진씨가 출연하는 날이고
판소리 흥부전 마지막 편으로 놀부가 모든 재산을 날리고
개과천선하는 대목을 하는 날이고..
그리고 내일 아침 녹음할 방송 인생은 아르다워 원고를 마무리 하는 날이고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고..
자..새로운 마음으로 오늘을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날이기를 기원하며
이현옥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