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차를 마시는 가을 끝자락에서
신종플루가 가장 위험하다는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될 예정인 아침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 ①마음에 깊이 새겨 두는 일
- ②크게 감동(感動)시키는 것이 있는 일
- ③일을 깊이 파고들어 생각하거나 추구(追求)하는 일
- ④사태(事態)가 절박(切迫)하여, 중대(重大)한 일
신종플루 사태가 절박하다고 느껴지는 아침
방송국 창가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은 투명하다.
노란 은행잎이 카페트처럼 깔린 길을 달려 출근한 아침길
바람이 찼다.
뉴스는 연일 한파주의보가 내렸다고 일기에보를 내보내고 있다.
아기를 엎은 엄마는 아기에게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담요를 덮고 길을 걷고 있다.
엄마 마음.
그래 저 엄마 마음이라면 하루종일 따스하게 보낼 수 있겠다.
어제저녁 정말 오랫만에 여고동창생 희와 화를 만나고 왔다.
하필 만나자고 약속한 날이 가장 춥다는 날이었지만
추우면 어떠랴
여고시절은 맨손 호호 불면서도 얼마나 즐거웠냔 말이다,
희가 아주 근사한 2층짜지 주택을 사서 이사했다.
그동안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나이듦에 맞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이사한 집에서 우리는 다시 정담을 나누었다.
친구남편이 내 놓은 목련차..
이름도 생소하고 맛도 생소하던 목련차를 마셨다.
손수 목련이 피기전에 따서 황토방에서 구웠다는 백련봉오리는
붉은 물을 우려내며 한잎한잎 꽃잎을 펼쳐냈다.
여고시절 함께 만수원으로 놀러가서 백목련 꽃가지를 붙잡고
사진 찍었던 기억
흑백사진안에 갇혀있는 우리들 30여년전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이야기는 남편 아이들 이젠 손녀까지 이어졌다.
더구나 희는 초등학교 때부터 동창이어서
참 오랜세월 지나온 길에 함께했다.
집이 아늑하고 좋았다.
아침이면 햇살이 거실 중간까지 스며든다고 했다.
남편이 열살 많은 희는 지금은 남편이 나이가 너무 든것 같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 힘은 청년 못지않게 밤마다...그런다고 해서 웃었다.
아직 그런기운이 남았다고?
놀라움...과 웃음이 집안을 맴돌았다.
돌아오는데 친구남편이 목련차 몇개씩을 덜어내 주었다.
"떨어지면 또 와요"
그렇게 가져온 목련차 한개를 출근할 때 가져와 우린다.
그저 티백으로 마시던 차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그윽하다.
하루종일 나를 따뜻하게 만들어 줄것이다.
한파주의보
신종플루 심각
다 녹아내리기를 기원하면서 ...
하나둘 후배작가들이 출근하기 시작한다.
어유 추워....
그래. 오늘하루도 우리 따뜻하게 담아내자.
꽃피는 글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