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모래 2009. 7. 25. 22:53

 

 이땅에서 만나는 사람들

어떤 인연으로 마음을 나누고 살아가게 되었을까?

어떤 억겁의 옷깃이 스쳤길래 동시대를 살아가고 동시대를 같이 생각하고

그리고 같은 모임을 하고 한자리에 앉게 되는 걸까?

 

어젯밤 늦게 집에 들어와 아버님께 드릴 국을 끓였다.

물론 절반은 남편이 했다

무를 썰고 간을 맞추고 하는 일,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일일이 국을 담는 일도

남편이 했다.

늦게 들어온 아내 보기가 딱해서 일테고 아버지께 드리는 국이니

아내를 수고롭지 않게 하기 위함이리란 생각이 든다.

어제가 중복인데 복달임도 못하셨을것 같아 닭을 사가지고 가

백숙을 해드리고 죽을 끓여드리고 소주 두어잔을 드렸다.

 

다리가 많이 아프시다고 했다.

병원에 가셔서 주사를 맞았는데 많이 불편하시단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런 아버지를 놓고 돌아오는 길

남편차 백미러에 오래도록 아버지가 서계셨다.

지팡이 짚은 아주 작은 몸이 점점 멀어져가고 남편은 진통제를 까서 입에 넣는다

그런 아버지를 놓고와야 하는 안타까움..자책감..장남인 그의 가슴을 눌렀으리라.

그렁한 그의 가슴을 위로하지도 못하고

윈도브러쉬가 닦아내는 빗물만 바라보고 돌아왔다.

 

상가에 다녀왔다.

함께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62세의 멋진 동료이자 선배님이다.

그 연세에 시창작을 열심히 히시는 선배님 남편이 어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선배님과 돌아가시기  한시간 전에 통화를 했는데

얼근한 목소리로 호탕하게 받으셨다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하셨다.

 

 저녁에 강의를 오시면서 꼭 우리들  먹을 것을 챙겨오셨다.

떡 음료수 치킨 빵 김밥...

직장에서 오는데 배고플까봐...

그 마음이 어찌나 따스한지.

 

방학을 하고 한동안 못뵈어서 지난 화요일 전화를 했다.

"나 지금 안식달을 맞아서 산속에 와서 시쓴다"

아주 귀여운 목소리로 말하셨다.

그러며 8월에 만나자...하더니 이런 상을 당해 마주하게 되었다.

아무말 못하고 그냥 꼭 안았다.

 

"나쁜 사람이야..그 사람..한마디도 안남기고 갔어...사람인생 아무것도 아니야

꼭 올것 같아...도둑맞은 것 같아..."

 

아..우리 어떤 인연으로  이렇게 아픔으로 마주하게 되었을까.

 

남편이 진통제하나를 또 먹는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피흐름.

아버지 다리가 아픈데 아들은 머리가 아프다. 기각 막힌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