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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냉이

비단모래 2009. 3. 3. 13:36

 

 

 

 

 

 

 

고향 아버님께 다녀온 남편이 냉이를 가져왔다.

아버님께서 뜯어 놓으셨다가 아들편에 보내신 것이다.

그냥 보내지 않으시고 깨끗이 씻어서 보내셨다.

 

오늘아침 냉이를 한줌 삶아서 무치고

한줌은 된장찌게를 끓여 아침 상에 봄을 놓았다.

향긋한 냉이향이 아파트에 스며든다.

 

 

추운 겨울을 땅에 엎드려 지낸 냉이

바알갛게 언 잎새사이로 연두빛 새이파리가 나왔다.

하얀 뿌리가 싱싱히다.

 

그 추운 겨울을 이렇게 연하다 연한 잎으로 어떻게 났을까?

살기위해 얼마나 땅에 달라붙었었을까?

눈보라가 스치고 성에가 서걱이던 겨울'

발갛게 언 잎으로 이어가던 생명

그 눈부신 봄이 식탁에 올랐다.

 

아버님은 수전증으로 흔들리는 손으로 냉이를 뜯으셨다.

도시에 있는 게으른 며느리에게

부지런히 봄 향기를 전해주셨다.

뿌리에 붙은 흙을 털어내고 아버지의 고운 정성을 함께 보내셨다.

 

사랑은 그렇게

향그런 봄향이다.

 

사랑은 그렇게 부지런한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