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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갚고 있는 시간..

비단모래 2008. 8. 5. 21:06

 공주면 의당면 도신리로

노인요양보호사 실습을 나갔다

아침 아홉시까지 도착이라

집에서 7시30분에 출발..오늘도 불볕

 

 

맨처음 간집은 98세의 할아버지와 86세의 할머니가 사시는 집

놀랍게도 할아버지는 공주에서 아직도 가방장사를 하고 계신다고 ..

98세의 할아버지도 곧 무너질 것 같은 오래된 집 같은데

86의 할머니는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다.

 

그래도 목욕시키고 할머니 쭈쭈를 만지면..할머니 찌찌...하지 빙긋 웃으시고

할아버지 손을 찌찌에 대드리자..할머니는 부용꽃처럼 활짝 웃으셨다.

아...이 부부의 느낌은 무엇일까?

 

 

 두번째 간집도 할아버지 78세

할머니 78세

 

할머니 깻잎따러 나가셨다가 수렁에 빠져 이틀만에 구조돼

치매인지..뇌졸증인지..

 

온몸의 근육은 다 빠지고 늘어진 살가죽과 뼈만 남은 몸

여자라는 것도 다 잊고

사람이라는 것도  다잊고

낯설고 서툰 우리에게 몸일 맡긴 채

아무런 의사 표시도 못하시는 분

 

더 안타까운건 할아버지도 폐렴을 앓으며

두노인이 지키는 황혼?..황혼은 붉게 타기라도 하지..

그저 쓸쓸한 열린 대문

아무도 닫아주지 않는...그런 모습으로..

 

세번째 간집은 2년만동안 의식도 없고

대화도 없는 와상(누워있는)76의 할머니댁

할아버지는 80이시다.

 

할아버지는 그옛날 그야말로 대학교를 졸업한 ..자기가 고향에 오면 군수가 마중나오던 시절을

지내신 멋진 분이셨다.

사각모쓰신 사진이 그야말로 준수하셨다.

 

그분이 할머니 병수발을 하고 계셨다.

 

"내가 왜 아내의 병간호를 직접 하는지 알아? 이사람 나한테 시집와서 고생 많이 했거든..

남편이 세상을 쓸고 다니니...말한미디 하지 않던 아내가 쓰러진건 뇌졸증 때문이지..

뇌졸증이 왜 왔겠어..나때문에 속썩어서 그렇지 않겠어.

내가 사죄하며 아내에게 받은 사랑을 갚는거지..하나도 힘들지 않어"

 

이렇게 되시기전 좀더 잘하시지...라는 원망도 올라왔지만

아내의 병상일지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시며 약이며 물..튜브로 미음을 먹는 양이나

소변양까지 적으며 혈압 체온 당 체크를 하루도 빼놓지 않으신다는 할아버지가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도 거울같이 깨끗했다.

 

할아버지는 상사화 같았다.

잎과 꽃이 엇갈리는 꽃...

서로 갚아가며 만나지 못하는 사랑을 피우시는 분...

 

아,,,어찌할까. 이분들의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