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주의보
주말 생방송
토요일 보다 일요일이 훨씬 힘이든다,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는 날없이 ..더구나 21일 부부의 날 공연할 부부가요열창을
번개불에 콩튀듯 준비해야 한다.
어제 내게로 돌아온 일..
힘들다고 다른작가 주면 안되겠냐고 하니..그래도 해주었으면 좋겠단다.
날 믿고...믿어주는데
그런다고 했지만 사실 힘에 부친다.
지금 내가 아주 젊은..그런 나이는 아니기에.
두시간 생방송
생방송 하는 시간은 그야말로 긴장의 시간이다.
오늘 갑자기 몸에서 불이 올랐다.
온몸을 화롯불속에 넣은 기분이랄까.
머리부터 등줄기까지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머리는 너무 아프고
신청곡 전화는 쉼없이 울려대고
왜 신청한 곡 안틀어주느냐고 항의 하고
갑자기 천둥번개 밀려오더니 소나기는 쏟아지고
*^^*
박PD가 어깨를 주무른다.
갱년기 증상인가봐...그냥 웃었다.
동병상련...여자끼리만 아는 눈웃음으로.
방송을 마치고 나오는데 힘이 쫙 빠졌다. 그야말로 파김치..
아무런 기력도 없고 가슴 밑바닥에서 슬픔이 왈칵 밀려왔다.
왜 이렇게 사는 것인가!
때로 참 보람있는 시간이라고 자부하는데 오늘은 왜이리 무너지는 걸까?
몸이 보내는 이 신호는 ...내 몸의 빨간불
아들이 데리러 왔다.
오면서...아..내일 월요일 오후, 주말에 여러가지 행사로 시골에 가지 못한 남편이
아버님께 간다고 했는데 아버님 드릴 국끓여야지..
눈물이 쏟아지는걸 아들이 볼까 참았다.
너무 힘들다.
"작은 아들...부탁이 있는데...나중 엄마나 아빠중 누가 먼저 가든지...
혹여 남은 엄마 아빠를 형에게만 맡기지마...때론 너무 힘들거든...
간간히 둘째인 네가 형에게 말해..형...이번엔 내가 할께..형 좀 쉬어.
아니 ..형수좀 쉬게해...그랬으면 좋겠다."
작은 아들이 말이 없다. 한숨을 쉰다. 엄마의 늘어진 모습에 속이 상하단다.
아욱과 시금치를 사다가 멸치우려내서 된장국을 큰 솥으로 가득 끓였다.
"그래..어차피 할거면...마음 편하게 생각하자
형 있으니..동생들이 편할테고..."
벌써 햇수로 5년째...거의 한주도 안거르고...끓이는 국.
아버님..뭘로 잡수시나 걱정이 되면서...그런데도..이렇게 힘이 들땐 눈물이 난다.
갑자기 천둥번개 치고 호우주의보 내린 일요일 밤
내 마음의 갈등에...호우주의보가 내렸다.
내 눈물에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