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아침에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하늘나라에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카네이션 바구니 두개가 단정히 놓여있는 새벽거실
어젯밤 내내 잠을 설치고
일어나 시골에 계시는 시아버님께, 친정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어버이날 즐겁게 보내세요"
어떻게 즐겁게 보내란 말인지 던져놓고도 민망하다.
다행이 시골 아버님은 면민의 날이라 잔치가 열린다고 거기가서 하루종일 있을거라고
하셨고, 친정아버지는 어제저녁 큰오빠 내외가 내려와 아침을 준비한다고
목소리가 우렁차셨다.
"걱정말고 너 나 잘 지내라"
나도 두아들의 부모로, 간간히 아들들에게 섭섭함이 있는데
아버지도 그러실텐데...그 섭섭함을 표현하지 않으시니..
카네이션을 사 온 두아들의 마음을 읽는다.
아직 형편이 안되어 민망한 마음으로 꽃을 샀으리라.
그러며 큰아들이 부모님께 절을 한단다.
그리고 아침을 함께 먹는다고 했다.
아침은 늘 출근하는 남편혼자 먹기 일쑤인데 어버이 날 아침이라도 아버지와 함께
아침을 먹는다는 아들의 마음, 그래 그것으로 족하다.
나는
지금 참 쓸쓸하다.
두 분의 어머니가 곁에 계시지 않기에.
오늘 복지관 노인잔치에가서 시낭송을 해야 하는데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막히지않을까
걱정이다.
오후에는 어머니 계신 소영원을 다녀오려 한다.
가서 어머니 누워계신 그곳에서 어머니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
어머니~손녀를 보았어요. 정말 예뻐요. 이름이 채원이예요.언제 데리고 올게요.
어머니~그렇게 사랑하시던 큰 외손주..결혼날짜를 잡았어요..
어머니~한국어 지도사 자격 시험에 붙었어요.
어머니~보고싶어요.